[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이제 인생이라는 소리 없는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영혼을 갉아먹는 침입자에 맞서 정신면역력을 키워보자. 그날그날 버티던 하루를 마음을 들뜨게 하는 축제로 탈바꿈시키길 바란다. 생의 여정을 걸으며 나를 웃기고 울리고 감동하게 했던 흔한 날의 숨겨진 의미를 당신도 알아챘으면 한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프롤로그 중에서>

신간도서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대경북스, 2023)』 안희정 작가를 만났다. 안 작가는 23년 차 간호사, 12년 차 워킹맘,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안 작가는 삶의 어느 순간,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자신의 인생을 돌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을 먹듯이 글을 썼고, 글로 감정을 푸는 치료를 계속했더니 고단한 인생에 대한 저항력이 생겼다고한다. 이제는 인생의 비타민처럼 여기며 글을 쓴다는 안 작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1년 대학 졸업 후 오늘날까지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안희정 입니다. 현재는 경기도에 있는 한 건강검진센터 내시경실에서 수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얼마 전 출간한 에세이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로 작가라는 부캐(부캐릭터)도 새로 갖게 되었습니다.

Q.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기를 낳았을 때 출산휴가 3개월, 운동 중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수술 후 병가 1개월, 간호사로 살며 제가 쉬었던 몇 안 되는 기억입니다. 매일 병원에서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고 집에 오면 육아라는 다른 일이 기다리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니 매사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이 수시로 올라왔습니다.

어느 날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쯤 지나자 처음의 각오가 조금씩 흐려지는 게 느껴졌어요. 그때 유튜브를 통해 MKYU 김미경 학장님이 2022년 1월부터 미라클모닝 챌린지를 시작한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곧바로 챌린지에 신청했습니다.

새벽 기상 챌린지를 시작하며 인스타그램에 기상 인증을 올렸어요. 함께 도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하고 응원하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인연이 늘었습니다. 누군가가 제 인스타그램을 봐준다고 생각하니 좀 더 공을 들이고 싶어 새벽 일기를 함께 포스팅하기 시작했죠. 그걸 본 사람들이 글을 한 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습니다.

처음에는 글과 상관없이 살던 사람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제 일기에 댓글로 칭찬해주시는 분들로 인해 조금씩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침 그즈음에 권세연 작가님이 진행하는 새벽 기상 모임도 함께하고 있었어요. 작가님께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권세연 작가님은 브런치란 글쓰기 플랫폼에서 유명한 권수호 작가님의 글쓰기 모임에 신청해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글쓰기 모임인 ‘라이트라이팅(light writing)’에 들어갔습니다.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더니 모임 인원 대다수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그곳에 글을 쓰고 싶어 브런치 작가 신청도 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만의 글쓰기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말씀드렸듯이 저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글과 아무런 상관없이 살던 사람이 글쓰기를 시작한다고 하루아침에 한 권의 책이 뚝딱하고 나오지 않습니다. 글쓰기 모임에 저를 묶고 주당 2편의 글을 꾸역꾸역 써서 브런치에 올렸습니다. 어려웠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할 때마다 가슴이 후련해지고 마음이 한결 밝아지는 경이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 기분이 좋아 힘들어도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Q.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집필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떤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실까요?

어쩔 수 없이 살던 제가 글을 쓰며 제 인생을 밝힌 것처럼, 지금도 어딘가에서 마지못해 사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못했지만, 이제는 기꺼이 살아가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 이 책은 저의 이야기이자 여러분의 이야기입니다.

Q.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할 파트가 있다면?

이 책은 열심히 살자고 직접 제안이나 조언하기보다 일상 속의 구체적인 경험을 말하며 자연스러운 공감을 끌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자신을 돌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글 하나하나에 깃들어있는 삶에 대한 열정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어 주리라 확신합니다. 이제 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내재하여 있는 능력을 발견하기만 하면 됩니다.

본문 중 ‘나는 결코 나의 셰에라자드를 죽일 수가 없다’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병원에서 안 좋았던 하루를 보냈던 날, 어깨가 축 처진 채 집으로 돌아왔더니 딸이 천일야화에 관해 물었습니다. 저는 딸에게 샤리아 왕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왕비에게 배신당한 왕은 밤마다 새 신부를 맞이하고 다음 날 처형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이때 용감한 셰에라자드가 왕의 횡포를 막기 위해 신부가 되길 자처합니다.

그녀는 천일하고도 하루 동안 매일 밤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왕은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 그녀의 처형을 계속 미뤘고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문득 인생도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결코 오늘로 끝나지 않으며 살아있는 한 새로운 이야기는 얼마든지 생성되니까요. 미래는 결코 알 수 없지만,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한 내일이 궁금해지고, 또 기대됩니다.

Q. 작가님의 인생 명언은 무엇인가요?

저는 늘 들고 다니는 수첩 맨 앞장에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적어놓았습니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기 삶을 순간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마지막 구절의 ‘맑은 정신’이란 어떤 감정에도 구속되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행복도 불행도 순간인데 순간에 취해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그 시간에 가두는 일과 같습니다. 기뻤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지나고 나면 미련 없이 흘려보내고 지금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Q.행복한 인생을 살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에 집착하기보다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신다면 설사 슬픔과 고통이 오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거든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 계획의 무게에 눌려 잘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짧은 기한을 두고 작은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작은 실천들이 쌓이고 쌓이면 큰 성취로 뭉쳐지기 때문이죠. 제가 책을 낸 방식처럼요. 한동안 책을 퇴고하느라 글을 쉬었는데 일단은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한 권의 책이 언젠가 세상에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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