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코치가 만난 코치(21) 선경 코치

[한국강사신문 윤선동 기자] 모든 직업은 사람을 위해서 있다. 사람을 보살피고 온전히 살아가게 하는 직업 중 대표적인 직업이 의사이다. 오늘은 40여 년간 흉부외과 심장 수술 전공의로 살아오다 코칭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선 경 코치를 ‘윤코치가 만난 코치’ 인터뷰로 만났다.

선 경 코치는 한국코치협회 인증전문코치(KPC)이자 의학박사로, 경영학석사 MBA를 졸업하였다.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 경희대 특임교수, 식약처 의료기기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 흉부외과 심장 수술 전공 교수로 퇴직하였으며, 한국인공장기센터 소장, 흉부외과학회 이사장, 생체재료학회 회장,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HT Forum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하였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심장 수술을 전공한 흉부외과 의사로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작년에 정년퇴임을 한 선 경 코치라고 합니다. 지금은 경희대학교로 옮겨서 학교법인에서 의료원의 경영 전반에 대해 조언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의학 지식보다는 따로 공부해둔 경영학 지식과 코칭 지혜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오랜 기간 생활하셨는데, 당시 코칭에 대한 관심이나 코치를 향후 진로로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전혀 없습니다. 당시는 코칭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제가 전공한 흉부외과는 심장과 폐와 같은 생명 장기를 다루는 분야라 한창 수술할 때는 다른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흉부외과가 다루는 질병은 워낙 위험한 영역이기에 가끔 환자의 죽음을 눈앞에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 주치의들이 환자 가족/보호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치료가 성공하려면 의사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병원의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들 간에 소통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중에 특히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직종이 의사라는 것을 눈치채고, 의사들을 위한 셀프 리더십 교육을 강조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출처=경희대학교]
[사진출처=경희대학교]

Q. 코칭 입문 계기와 코칭철학은 무엇입니까?

막내동생이 전문코치라서 코칭에 대해 알게 됐어요. 동생의 강력한 권유로 코칭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주저했는데 시작하고 보니 ‘코칭 공부하기 정말 잘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병원에 코칭을 도입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저는 코칭이 다른 멘탈서비스 분야와 다른 이유가 바로 코치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 학파들이 인간에 대한 기본 관점의 차이에서 나뉘는 것처럼, 코칭은 고객이 스스로 자신을 성장시킬 힘과 자원을 올곧이 갖고 있음을 안다는 것이죠.

저의 코칭 철학은 처음에 배운 그대로 ‘고객은 resourceful, creative, holistic 하다’, ‘고객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 ‘고객이 가진 문제의 전문가는 고객 자신이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코칭 공부를 하면 할수록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그러한 철학과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더군요. 지금도 고객과의 코칭대화 도중에 문득 ‘내가 지금 이 고객을 정말로 resourceful, creative, holistic 하다고 믿고 대화를 나누고 있나...’하는 질문이 자주 올라오곤 합니다.

Q. 현재 코치로서 가장 관심 있는 분야와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의료계에 코칭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병원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기 때문이에요. 병원은 많은 직군의 구성원들이 존재하는데, 직군끼리는 면허나 자격증으로 명확한 경계가 지어지면서 역할이 다르고 교류가 제한되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서 언어와 문화가 달라지고 소통이 어려워집니다.

또한, 환자 생명과 진료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는 의사들이 처방권을 가지고 지시를 할 때, 그 지시를 받아야 하는 비의사직과의 갈등도 상존합니다. 최근 간호법을 계기로 촉발되었던 의사-간호사 간의 갈등도 대표적인 사례이고, 과거에 병원에서 노사분쟁이 발생하면 마치 계급투쟁과 같은 성격을 띠면서 격렬해지곤 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개선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병원 구성원들은 변화될 준비가 되었거나 이미 변해 있는 반면, 제 생각에 의사들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병원은 특성상 의사들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문화가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저는 코칭을 통해 제가 평생 몸담았던 의료계의 변화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번아웃되어 있는 의료진들이 코칭을 통해 스스로의 안녕과 행복을 찾으면 이는 자연스럽게 환자들의 안녕과 행복으로 이어질 겁니다.

사진출처=경희대학교]
사진출처=경희대학교]

Q. 의료진들에게 코칭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학은 가장 인문학적인 자연과학입니다. 그리고 의학의 모든 활동은 결국 인간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인문학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분야가 의사인데요, 의료진 특히 의사들의 학부 6년은 고3 시절 학습이 6년 더 이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어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면서 업무 특성상 의학기술적인 부분에 집중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서적인 부분의 성장은 개인과 조직의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채우고 성숙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의사들이 코칭을 배운다면 바로 이 정서적인 부분이 많이 채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환자와 보호자들과의 라포 형성이 자연스러워지겠지요. 이는 환자의 건강과도 직간접적으로 분명 연결될 겁니다.

세 번째로, 이건 미래 의료계의 자리매김을 위해서도 코칭은 필요합니다. 암 진단도 일차적으로는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하는데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사들의 존재가치는 아마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 환자를 대하는 가슴이 따뜻한 의사, 인문학적 능력에 있다고 봅니다. 의학기술은 로봇, 빅데이터의 보조를 받아도 의사와 환자의 진정성 있는 상호교류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끝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계의 조직문화를 바꾸는데도 코칭이 분명 기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료계는 말 그대로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수술방에 팀워크가 부족하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 병원에 자신의 생명을 맡기도 싶겠어요? 의료진들이 코칭을 배우고 일상에서 코칭의 언어를 쓰고 상호 resourceful, creative, holistic 한 존재로 본다면 지금의 문화와는 분명 바뀔 겁니다.

사진출처=경희대학교]
사진출처=경희대학교]

Q. 코치님이 생각하는 ‘코치의 핵심역량 3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경청’ ‘공감’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를 할 때 라포 형성을 중시합니다. 왜냐하면, 환자-의사 관계에서 신뢰가 바탕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들이 라포를 형성했다 싶으면 바로 환자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겁니다.

저도 40년 넘는 의사 생활에서 몸에 밴 버릇이 있어서 처음 코칭을 배울 때 경청-공감-인정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영원히 코치가 못될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Q. 코칭에서 이것만은 제발 안 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고객의 맞은편 높은 의자에 앉아서 고객을 내려다보고 나누는 대화가 안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옆자리로 건너가서 고객의 손을 잡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표현인데요, 날로 먹는 코칭질문은 안 하려고 해요. 뭐냐면 ‘고객님은 어떤 존재이신가요?’, ‘고객님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으신가요? 등입니다. 당연히 필요한 질문이죠. 하지만 코칭 진행 시점과 맥락에 맞춰서 해야죠. 처음 코치를 찾아온 고객은 그걸 몰라서 그 자리에 도움을 받으려고 있는 거잖아요. 차근차근, 한 발짝씩 고객과 함께 탐색하는 마음과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향후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5명의 의사 코치들이 모여 메디컬 코칭과 관련된 외국 서적을 번역했고 막바지 작업에 있습니다. 의료계 혹은 병원 코칭사업에 관심 있는 코치님들을 위해 2024년 새해 선물로 출간하려고 합니다. 또한, 뜻이 있는 전문코치님들이 계시면 함께 메디컬 코칭 관련 스터디 그룹, 교육프로그램도 개발 등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요즘 코더코를 많이 하는데요, 오랜 기간 동안 의학분야에서 수술과 교육을 병행하다 보니 누군가를 가르치고 그 변화를 보면서 느끼는 기쁨이 큽니다. 그래서 코칭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수퍼비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많은 코치님들이 의료인들을 더 잘 이해하고 멋진 코칭을 하실 수 있도록 코치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감사합니다. 

선 경 코치와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마치 텔레비전 드라마 속의 낭만닥터가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간 신랄하게 의료계, 특히 의사들의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필요성에 대해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현재 의사들의 모습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자신이 헌신했던 의학 분야와 후배들, 의료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이 함께 있었고, 더불어 코칭을 통해 의료계와 코칭계의 동반 성장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선 경 코치의 다양한 활동으로 가슴 따뜻한 코치형 의사, 메디컬 코칭의 발전을 기대하며 진정성 어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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