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강사가 Y강사에게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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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등산하다 보면 지쳐서 힘이 들 때 내려오는 사람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게 된다. 그럼 하산하던 사람들은 “조금만 가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내가 기대했던 “조금”과는 차이가 나서 실망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은 위안을 얻게 된다.

1월이다. 숫자가 달라졌을 뿐이지만 작년보다 좋아지길 기대한다. 따지고 보면 새로운 한 주일 이고, 12월과 연결된 시간이다. 때문에 새해라는 이유로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기는 쉽지 않다. ‘올해는 좋아지겠지!’가 긍정과 성장의 마인드셋이라면 좋겠지만 한계상황에서 실날 같은 위로에 불과하다면 희망고문이다.

희망고문은 프랑스 소설가 빌리에 드 릴라당 (Auguste de Villiers de L'Isle-Adam)의 단편소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La torture par l'esperance>에서 나온 표현이다. 작은 희망으로 인해 포기하지 못하고 점점 힘들어 지는 것이다. 차라리 무슨 노력을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 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

모든 일은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확률의 문제이다. 희망고문은 적은 성공확률이나 운 좋았던 기억을 일반화해서 생긴다. 때문에 자신이 소망하는 목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조금만 가면 된다”는 말 대신 “30분만 혹은 200미터 가면 된다”는 말은 희망을 줄 수도 있고, 포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1963년 5월 케네디 대통령은 “60년대 안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야심차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다. 우주개발은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 서로가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sputnik) 1~3호를 잇달아 발사하면서 미국은 불안과 패배감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케네디의 연설은 미국민에게 희망을 주었고, 결국 69년 7월20일 아폴로11호로 인해 인류의 달 탐사는 현실이 되었다.

반면 1959년 착공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63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10년이나 더 지난 73년이 돼서야 완공되었다. 당연히 공사비도 7백만 호주달러 (당시 환률로 60억원)에서 1억 호주달러로 늘어났다. 조개껍데기 모양의 아름다운 지붕이었지만 당시 기술로는 구현이 어렵다 보니 계속 설계변경이 이루어진 탓이다.

이렇게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계획오류 (Planning Fallacy)'라고 하는데,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 (Amos Tversky)와 대니엘 카너먼 (Daniel Kahneman)이 제시한 개념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려고 무리하게 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난해 '상저하고 (上低下高, 상반기는 어렵고 하반기는 회복)'의 희망고문과 막판 역전극을 자신했던 부산엑스포의 계획오류를 돌아보자. 그런데도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고 자기 문제를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세계잼버리대회의 망신처럼 자신만 초라해 질 뿐이다.

따라서 주변 상황이 어려울수록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메타인지 (자기성찰능력)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실행의지를 고려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쉬운 목표를 세워서는 의욕을 이끌어 낼 수도 없고, 달성 후에도 성취감을 얻기 힘들다. 성공 가능성 60~70% 수준의 목표와 지속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행동을 만들어 보자. 코로나 시절을 살아오며 스스로 대견했던 것은 7Kg 체중감량을 한 것이다. 단기간에 매일 1시간씩 운동하겠다고 욕심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선 대중교통 이용하기, 외식할 때 공기밥 1/4 남기기, 실내자전거 일주일에 20~30분씩 3~4회 타기, 21시이후 집에서 야식금지 같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행동이기에 3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산과 바다에서 일출을 맞이하며 결심해도 작심삼일로 끝날 것을 안다. 그리고 나면 자책하고, 다시 결심하고, 또 자책하다가 내년을 기약할지 모른다.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숙제하듯이 실천하기 때문에 지속할 수 없는 것이다. 희망고문을 이겨내고 고진감래 (苦盡甘來)의 단 열매를 얻고 싶다면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목표를 위해 2024년을 살자.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사)한국강사협회 10대 회장(23~24년)은 90년 산업교육에 입문하여 교육 영업, 기획, 운영을 거쳐 93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30년차 강사다. 상담심리 석사와 평생학습(리더십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위캔탤런트매니지먼트 대표, 에듀테크기업 커넥트밸류(주) 수석교수를 맡고 있다. 강사로 오랫동안 살아온 만큼 “강사를 돕는 강사”를 책임과 보람으로 여기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협상을 못하면 함께 가도 멀리 못 간다』가 있다.

[B강사가 Y강사에게] 칼럼은 “Baby boomer세대 강사가 Young 강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과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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