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홍석기 칼럼니스트] 저는 현직 15년차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여러 강사 분들과의 만남 속에서 강사님들이 ‘강사’라는 업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사님들의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하여 도움을 주고자 이 칼럼을 씁니다.

Q. 좋지 않은 반응이나 부정적인 피드백(Negative Feedback)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시는지요?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시는지요?

“강사님, 강의 내용은 좋은데, 너무 잘난 척 하시는 거 아닙니까?”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 자신이 지나쳤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대 놓고 그렇게 따지는 듯이 말하는 그 분이 야속했습니다. 좀 참으시지. 아무리 강의 내용이 좋고 강의를 잘 한다고 해도, 항상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가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청중들도 있습니다. 같은 주제의 강의를 하는 강사도 항상 잘 되는 건 아닙니다.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하고, 더욱 잘 하려다가 지나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좋지 않은 평가·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감정이 상하고, 울컥하는 반감도 듭니다. 이럴때 금방 누그러질 수 있는 뻔뻔함도 필요합니다. 어찌 보면, 그런 분들의 반응이나 조언이 요긴할 때도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반성도 하고 일층 성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강의를 너무 잘 하려고 꾸미다 보면, 경망스럽거나 교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그런 부분을 잡아 주고 브레이크를 걸어 줄 수 있는 분들의 말씀이 고마울 때도 있습니다.

“맞아,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그게 나의 가장 큰 단점인데 어떻게 알았지? 그런 이야기를 해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을 했을까? 고마운 일이지.”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그렇게 말해 주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때로는 그런 말씀을 해 주는 사람의 뒷면에 감추어진 열등감이나 우월감도 이해합니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거라는 걸 이해합니다. 말을 걸어오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Q. 행복해 보이시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늦은 나이지만, 노력하면 저의 재능도 달라질까요? 어떤 동기가 있어야 배움에 절실해질까요?

“얼굴이 아주 편하고, 항상 행복해 보이십니다. 그 연세에 걱정은 없으신가요?”

 

행복해 보인다고 하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불행한 점도 많이 있고, 어찌 불편한 일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 왔고 강의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모든 행복과 불행의 요소들을 “인생의 한 여정”으로 보며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정신과 마음이 건강하며,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행을 덮어 줄 만큼의 행복을 느끼고 사는 것 같습니다. 간혹, 강단에 서기 직전에 불편한 전화가 오거나, 강의를 가는 길에 불행한 소식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기분 나쁜 연락을 받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들 앞에 서는 강사는, 그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분들의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서, 냉정을 찾아야 합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행복한 얼굴과 밝은 표정으로 정성을 다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합니다.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 주장한 아파테이아(apatheia) 즉, 모든 정념에서 해방된, 또는 초월한 상태를 말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이 단어를 좋아합니다. 고통과 고민, 행복과 불행, 욕망과 갈등 등의 정신적 혼란에서 해방된 자유인의 삶. 이를 최고의 윤리적 삶으로 주장한 근대의 스피노자(spinoza, B.)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철학입니다. 아마도 강단에 서는 강사라면 이와 같은 단어를 잘 음미하면서 감정과 기분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많다. 너무 늦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나이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마음을 갖고, 알고 깨닫는 즐거움에 가치를 두면서, 작은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한두 번 겪게 되면 배우는 즐거움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자세를 갖고 배우고 싶은 열정과 욕망을 강하게 하면, 어떤 습관이나 재능도 수정할 수 있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속담 중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말이 있는데, 이는 교육의 영향력이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무시하는 거라고 봅니다. 90세가 넘어도 방송을 진행하는 MC가 있고, 100세에도 강단에 서시는 교수님이 있습니다.

 

홍석기 칼럼니스트는 기업교육 전문 강사이자 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다. 한국강사협회 3대 회장을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에서 근무했다. (주)스카우트 부사장을 역임했다. 최근 동국대학교 APP과정 “2018 베스트 티쳐 상(Best Teacher Award)” 수상했다. 저서로는 『오늘도 계획만 세울래?』외 4권과 번역본으로 『글로벌코스모폴리탄』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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