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느린서재]
[사진출처=느린서재]

[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인문약방 ‘일리치약국’에서 일하는 저자는 문학을 전공했다. 약국에서 일하지만 약사는 아니다. 그는 약국에서 일하며 약이 아닌 소설을 처방하고, 인문학 공동체에서 글쓰기를 가르친다. 동료들과 함께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한다.

‘문학처방전’은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저자가 아픔을 호소하는 친구들과 약국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개인별 ‘맞춤처방전’이다. 세 번쯤 만나서 의뢰인의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거기에 맞는 ‘문학’을 처방하는 것이 이 약국의 특별한 진료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그해 시작된 이 처방전 인터뷰는 최근에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이야기해온 모두의 아픔과, 모두의 처방전이 『문학처방전(느린서재, 2024.01.18)』으로 엮어졌다.

의뢰인들의 질병은 다양했다. 고혈압, 허리 디스크, 위암, 원형탈모 등 몸의 고통도 있었지만 산후우울증, 알콜의존증, 만성피로, 공황장애 등 마음의 병을 의뢰한 환자들도 꽤 많았다. 의뢰인들의 상황을 좀 더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저자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 상황,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바라는 상황까지 촘촘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의뢰인의 고통 완화에 도움이 될 ‘문학’을 선정해 처방했다.

처방된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기회를 가졌다. 복잡하게 얽혀 보이는 문제에 함몰되지 않고, 그와 비슷한 상황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내 문제를 달리 해석해볼 수 있는 구석이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도 더불어 가졌다.

이 인터뷰 시간들을 거치며 저자와 환자 모두, 알게 된 것이 있다. 혼자서 아파하기보다, 그 고통을 누군가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보는 것은 고통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몸을 정확히 바라보고 질병의 원인을 되짚어 보면서, 의뢰인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이야기를 처방하는 시간!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 『보건교사 안은영』, 『여행의 이유』, 『일기』부터 단편 소설 「루카」, 「재」, 「구르기 클럽」 등 ‘문학처방전’에는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가 소환된다. 이 이야기들이 당신의 병을 완전히 낫게 해주지는 않더라도,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야기에는 힘과 위로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에겐 질병에 잠식당하지 않고, 질병과 함께 유쾌하게 살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단기간에 고통을 없앨 약보다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항생제에 면역이 생겨 어떤 약에도 반응하지 않는 몸이 되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과, 그에 맞는 책이 있다면 오늘 하루는 덜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고통은 무적이 아니다.

병이 생긴 원인을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하루하루 스스로를 챙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당신의 고통은 버틸 만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진통제를 잠시 놓아두고, 소설을 읽어보자. 당신의 질병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에, 당신이 그동안 오래 찾아 헤맨 처방전이 있을지 모른다.

저자 박연옥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신춘문예(평론)에 당선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마을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회원이며, 최근에는 질병과 노화를 다르게 바라보는 실험을 하는 인문약방과 일리치약국에서 일한다.

인문약방에서는 인문학 공부와 글쓰기 프로그램을, 일리치약국에서는 이벤트 기획과 홍보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영혼과 정치와 윤리와 좋은 삶』,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공저)이 있다.

우리의 건강을 의료 시장에 맡기기보다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기르자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문학처방전’ 프로젝트도 그런 시도 중에 만들어진 이야기 처방이다. 시판되는 약보다, 같이 문학을 읽어가는 시간이 당신에게 더 큰 치료를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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