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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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35년 만에 세상에 나온 참군인 김오랑 중령 아내 백영옥 자전 에세이! 반란군에 남편을 잃고 실명한 그녀가 토해낸 남편과의 사랑과 12·12, 12·12 반란 세력의 탄압으로 배포되지 못한 책, 35년 만의 재출간! 돌이킬 수 없는 아픔과 분노를 생의 의지로 승화하는 희망의 메시지!

12·12 군사 반란에 맞서다 반란군의 총탄에 쓰러진 김오랑 중령(당시 소령)의 아내 백영옥이 1988년 펴낸 자전 에세이집이다. 당시 12·12 반란 세력의 탄압으로 세상에 나올 수 없었던 『그래도 봄은 오는데(밥북, 2024.01.29)』를 35년 만에 재출간했다.

남편 사망 충격으로 인한 실명에도 작가는 남편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헌신했고 당시 책 출간도 그 연장선이었다. 실명으로 글을 쓸 수 없었던 작가는 카세트테이프 20개에 달하는 분량의 구술로 아픔과 진실을 토해냈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책으로 나오게 됐다. 하지만 12·12 반란과 그에 맞선 김오랑 죽음의 진실이 두려웠던 노태우 정권은 책의 배포를 막았고 진실은 봉쇄됐다.

작가는 김오랑 중령과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12·12 당시의 상황과 자신이 아는 진실을 아픈 기억을 더듬으며 차근차근 밝히고 있다. 또 남편의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실명과 고통, 그런 아픔 후에 찾은 새로운 희망과 삶의 의지를 전해주고 있다.

저자는 돌이킬 수 없는 분노와 아픔에도 이 모두를 자신이 갖춘 문학적 소양과 깨달음을 통해 희망의 세계관으로 승화한다. 저자는 약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자신처럼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의 의지를 품을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주고 손을 내밀며 봄을 기다리자고 한다. 책 제목처럼 군부가 지배하던 얼어붙은 땅에도 그 가운데 고통받는 개개인의 삶에도 봄은 오고야 만다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내 나름대로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느낀 12·12는 촘촘히 기획된 쿠데타였으며, 잘못된 일부 정치군인들의 일방적인 공격 속에 내 남편은 무참히 죽어갔던 것이다. 남편이 죽기 몇 년 전 유‘ 신 사무관’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 그 작은 특혜마저 거부하고 참다운 군인의 길을 고집했던 김오랑 소령. 나는 그분의 죽음이 언젠가는 우리 군 역사에 깊은 의미를 던져 주리라 굳게 믿으며, 비 오는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그분을 위로한다. - 162쪽 〈끝나지 않는 연극〉에서

아무리 겨울이 길다기로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을까? 연일 봄이 올 듯하면서 주춤대는 가운데서도 겨울은 그 기세가 꺾이고, 뜨거운 예감으로 봄이 문턱에까지 와 있음을 느낀다. 인간들이 사는 지구 어느 끝에까지 조물주의 힘은 모두 미치니, 우리는 그 인간 세계의 추위를 이기며 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리라. - 171쪽 〈거듭나는 사람들〉에서

내 가슴의 원망, 미움, 한의 뿌리를 뽑자. 남은 날이 언제인지 그 누구도 모르는데 내가 할 일, 당신이 할 일, 그것은 사랑뿐이니까. 사랑만이 이웃을, 친구를, 죄에 절은 나 자신을 구원해 주는 유일의 치료책이고 우리가 우리 인생에 진 많은 죄들을 속죄하는 꼭 하나의 해결책이리라. - 174쪽 〈거듭나는 사람들〉에서

저자 백영옥(백수린 / 1948~1991)은 1948년 12월 16일 평안남도 출생으로, 부산 봉래국민학교와 부산 경남여중·고등학교, 부산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12월 육사 25기 김오랑 중위와 결혼하였고, 결혼 7년 만인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으로 남편 김오랑 중령(당시 소령)이 전사하자 그 충격으로 실명의 위기를 맞았다.

억울하게 남편을 잃고 시력마저 잃은 통한으로 절망의 시간을 보냈지만, 남편의 명예 회복과 반란 세력에 대한 심판을 준비하며 차츰 희망을 찾고, 부산 불교자비원을 설립, 상담실장으로 활동했다. 불교자비원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당하는 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던 1991년 자비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녀의 사망을 실족사로 처리했으나 석연치 않은 여러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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