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미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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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요즘 사람들은 하나의 관광 코스처럼 여행지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르곤 한다. 그곳에 소장된 모든 작품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실상 시간이 한정적인 여행객들은 유명하고 이름난 작품 몇 점만 눈에 담기 바쁘다. 그렇게 대표 작품들을 살펴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그림에는 사연이 있을 터, 이 작품은 언제 어느 곳을 거쳐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일까? 저자는 바로 여기에 집중한다. 이미 많이 들었을 법한 작가나 작품에 대한 설명은 간소화하고 그 작품이 최종적으로 머물게 된 ‘장소’와 그게 얽힌 ‘사연’을 톺아보는 것이다. 모든 작품이 작가가 원하는 곳에 놓일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작품이 더 많다.

『그림의 운명(미술문화, 2024.01.23)』은 열다섯 명의 작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다섯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화가의 바람대로 혹은 바람과는 다르지만 가장 제격에 놓인 작품들이 있을 것이고, 의외이지만 막상 사연을 알고 나면 이해가 되는 장소에 놓인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그곳에 머무르게 된 작품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작품들은 좋은 기회를 통해 모두 한곳에 모이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들은 슬픈 사연을 담아 각기 다른 장소로 뿔뿔이 흩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유명한 작품, 즉 걸작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여기에 언급된 장소를 가게 되면 꼭 이 작품들을 보고 오시기를!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을 턱없이 낮은 금액에 넘겼다. 이 그림을 사후 루브르에 기증하겠다는 컬렉터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약속은 지켜졌을까? 마티스 역시 적은 수임료를 받고 벽을 장식할 대형 작품을 두 차례나 그렸다.

물론 본인의 계측 실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작업을 했던 이유는 자신의 그림이 새로운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티스의 작품은 건물 안에 꽁꽁 숨겨졌고 마티스는 크게 실망한다. 고흐는 생전 무명이었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유로 작품이 유족 손에 오랫동안 간직될 수 있었고 오늘날 자신만의 미술관에서 사람들을 맞고 있다. 반대로 세잔은 아카데미와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았기에 작품이 모국에 머무르지 못하고 전 세계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처럼 작품이 향한 곳도, 또 작품을 떠나보낸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결국 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내가 완성한 소중한 작품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로 향하기를, 그곳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를, 그리고 사랑과 이해를 받기를 말이다.

“화가가 그림을 완성했다고 해서, 또 그림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겼다고 해서 화가와 그림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화가의 손을 떠난 그림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평가되면서 그 범위를 확장시켜 나간다. 비로소 그림 자체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을 떠나보내는 화가의 마음은 마치 집 떠나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벅차오르면서도 애잔하고 불안하면서도 애틋할 것이다. 최대한 준비가 잘 된 상태로 떠나가기를,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에게로 가기를, 그곳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영감을 주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것이다.” (본문)

저자 이명은 서울대학교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하고, 국민일보 문화부에서 근무하였다. 이후 정부부처와 여러 공공기관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수행하였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다양한 미술관에 놓인 그림들의 사연을 살피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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