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 발간

[사진출처=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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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이미숙 기자]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은 학술총서19『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을 발간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10년부터 국내외 흩어져있는 서울학 자료를 발굴, 조사하여 학술총서로 발간해오고 있다. 학술총서 발간 사업은 해외에서 잊혀지거나 접근이 어려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학 자료를 선제적으로 발굴, 조사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왔다.

이번 학술총서는 2020년부터 진행된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조사의 3번째 결과물로, 2023년에는 필라델피아 소재 장로회 역사협회(Presbyterian Historical Society)와 워싱턴 D.C. 소재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을 조사한 후, 그중 의회도서관 판화․사진 분과(Prints & Photographs Division)의 사진 163점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1800년 4월 24일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서명한 의회법 제정으로 생겨난 세계 최초의 공공 국립도서관 중 하나이다. 1897년 본격적으로 종합도서관으로 재출범하였고 이때 생겨난 시각예술부(Department of Graphic Arts)가 판화․사진 분과(Prints & Photographs Division)의 전신이다.

의회도서관의 아시아 분과(Asian Division)는 그간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조사했지만 판화․사진 분과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산재하여 알려졌던 자료들의 원 출처와 촬영 맥락을 파악하고, 정리되지 않은 불명의 자료들을 조사, 연구하여 새롭게 소개하였다.

판화․사진 분과는 미국 저작권청에 저작권 등록을 위해 납본된 사진들을 기반으로, 2021년 기준 1,470만여 건에 달하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베인 뉴스 서비스(Bain News Service)의 원판사진 등 다수의 희귀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그중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들은 조선 말기부터 1960년대까지 4개의 컬렉션으로, 미국 외교관, 여행 저널리스트, 조선총독부, 미국 언론사라는 각기 다른 ‘네 개의 시선’으로 본 서울의 모습을 조명하였다.

제1장 ‘조지 C. 포크 컬렉션’은 통역사로 조선에서 온 보빙사 일행을 수행하고 이를 계기로 조선의 미국공사관에 외교 무관으로 파견된 미국의 해군 장교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가 촬영한 사진들이다. 1884년 부임 후부터의 1년간의 사진들로, 미국의 외교관으로서 고종의 근대화 사업의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던 포크의 시선으로 본 조선 말기 서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1884-1885), 조지 C. 포크 컬렉션 [사진출처=서울시청]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1884-1885), 조지 C. 포크 컬렉션 [사진출처=서울시청]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과 숭례문과 성벽 바깥의 민가의 사진은 현존하는 숭례문 사진 중 가장 이른 사진들로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남산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의 성벽과 그 주변 마을, 숭례문 바깥에 바로 접해있는 민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경희궁의 북쪽에서부터 서쪽에 이르는 높은 지대에서 서울의 서쪽을 조망한 3점의 사진은 포크가 머물렀던 정동과 경희궁 일대에서 마주했을 1880년대 서울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 화면의 왼편에서부터 북악산, 사직단, 경복궁과 근경의 궁장으로 둘러쳐진 공터가 되어버린 경희궁터의 모습과 현재의 세종로에 해당하는 육조거리, 이를 교차하는 운종가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포크가 “북한산성에서의 활쏘기 훈련: 1885년 5월 31일 총사령관과 함께 방문”이라고 메모한 사진은 북한산 연융대(鍊戎臺, 탕춘대)를 포착한 것이다. 고종의 요청에 의해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산성을 방문했던 포크는 북한산성을 2백여 명의 병력으로 적 1만 명을 상대할 수 있는 천연의 요새라고 높이 평가하며 자문하기도 하였다. 이상의 포크 컬렉션은 위스콘신 대학교 밀워키 캠퍼스 미국지리학회 도서관(University of Wisconsin-Milwaukee, the American Geographical Society Library)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의회도서관에서 온라인 공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제2장 ‘프랭크 G. 카펜터 컬렉션’은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며 수많은 책과 저서를 남긴 미국의 사진가, 여행 작가인 카펜터(Frank George Carpenter, 1855-1924)의 사진들이다. 1888년 고종을 인터뷰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카펜터는 조선의 근대화된 모습을 일본과 미국 문명의 수혜의 결과로 보기도 하였다. 짧은 기간 방문한 여행자의 단편적인 시선이었지만 많은 여행 기록과 신문 기사, 책 발간을 통해 20세기 전반 미국인들이 조선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구를 제공하였다.

종로 2가 엿 파는 아이(1911년 이전), 프랭크 G. 카펜터 컬렉션  [사진출처=서울시청]
종로 2가 엿 파는 아이(1911년 이전), 프랭크 G. 카펜터 컬렉션  [사진출처=서울시청]

1909년 순종의 부름을 받아 궁궐로 가는 가마 앞에서 촬영한 카펜터는 『카펜터의 지리학 교재: 아시아(Carpenter’s Geographical Reader: Asia)』(1911 개정판), 『일본과 한국(Japan and Korea)』(1925) 등 여행을 하며 한국 관련 내용의 서적을 출판하기도 하였다. 종로 2가에서 엿 파는 아이와 초가집 사진은 “조선의 어린 소년들은 어깨 위에 줄을 매단 쟁반을 들고 다니며 사탕을 판다”, “조선의 집들은 말발굽 모양을 띠고 있으며 주로 나무로 지은 집이나 짚을 얹어 돌과 진흙으로 만든 초가집에 산다”는 책의 기록과 함께 20세기 전반 서울의 세밀한 모습을 미국인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제작된 『카펜터의 지리학 교재』시리즈는 1930년대까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그 어떤 미국 작가도 카펜터만큼 완벽하게 외국 땅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끌어들이지 못했다”라고 평가될 정도로, 미국에서의 그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그가 포착한 사진들 중 창덕궁 인정전과 그 일대 사진들은 변화하는 궁궐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어 궁궐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창덕궁은 1907년 순종 즉위 이후 이어(移御)가 결정되면서 1912년까지 훼손과 개조가 이루어졌다. 이 사진은 당시 인정전 수리공사가 진행되는 과정 중의 행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인정전 영역이 알현소로 개조되기 위해 둘레의 행각이 다시 지어지는 변화 속의 한 과정을 잘 포착하였다.

한편 카펜터는 여행자의 단편적인 시선을 미국에 전파하기도 하였다. 남대문로 일대 조선은행 광장 전경 사진을 통해서는 이 일대 은행, 우체국 등 신식 건물들은 일본이 이룩한 근대화의 결과라고 설명하였으며, 전차는 미국의 강철과 기술에 기반한 것임을 강조하는 등 변화하는 조선의 모습을 일본과 미국 문명의 수혜의 결과라고 기록함으로써 미국인들의 시각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제3장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은 의회도서관에서 아직 등록하지 않은 미공개 사진들로, 해방 직후 미국이 일본에서 입수한 조선총독부 문건들 중의 일부이다. 일제강점기 경성을 비롯한 전국의 ‘생활상태(生活狀態)’, ‘경제사정(經濟事情)’ 등에 대한 방대한 사진들로 조선총독부 생활상태 학술조사의 기초자료로 추정된다. 다양한 지역과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조선총독부가 식민 지배를 위해 조사했던 다양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 가치가 큰 사진들이다.

해당 사진들은 해방 직후 미국이 일본 도쿄에서 입수한 자료들 중 일부가 의회도서관으로 이관된 것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경성 외에도 평양‧인천‧수원‧대전‧강릉‧경주‧부산‧광주‧제주‧황해도‧함흥‧간도 등 전국의 ‘생활상태’, ‘경제사정’, ‘상업’, ‘부락’ 등 사진 뒷면의 기록을 통해 조선총독부 생활상태 학술조사의 기초자료로 추정된다. 이번에 소개되는 경성 사진의 경우, 당시 서울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무라카미 텐코(村上天紅) 등이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어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이라고 명명하였다.

돈화문로 일대 시가(1931.9.25.),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  [사진출처=서울시청]
돈화문로 일대 시가(1931.9.25.),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  [사진출처=서울시청]

조선총독부 학술조사의 기초자료인 만큼 유형별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모습을 포착한 것이 특징적인데, 돈화문로 초입 단성사 뒤쪽에 위치한 경성 소방서 부설 종로지서의 고층 망루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화문로 일대 시가, 종로 5가 일대 전경, 남산 일대 시가지 전경 사진들이 특히 흥미롭다. 모두 같은 지점에서 북쪽-동쪽-남쪽을 향해 촬영한 것으로, 기존의 종로대로 외에 잘 포착되지 않았던 시가지의 면면을 담고 있어 의미가 크다. 창덕궁으로 이어지는 돈화문로의 행랑과 한옥, 피맛길의 생생한 모습이나 종로 5가와 흥인지문으로 이어지는 사이의 전매국 공장 일대, 남산 헌병대까지 이어지는 시가지의 치술원, 여관, 공업사 등 번성한 시가지의 모습을 광활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밖에 조선인이 경영했던 종로 공평동의 금옥당 사진관, 골동점 등 다양한 상점과 시장의 모습까지 구체적으로 담고 있으며, 서소문 일대 중국인 거리도 기록하였다. 남대문, 수표교 일대를 넘어 1920년대 서소문까지 확대된 중국인 거리와 중화기독교회의 모습을 통해 당시 화교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특수부락’, ‘신흥부락’ 등 조선의 마을과 ‘빈민촌’ 사진들은 식민당국의 시선을 보다 강하게 느낄 수 있다. 1936년 경성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성부에 편입되는 봉원사촌(奉元町, 현재 서대문구)을 비롯하여 노량진 무녀촌 등은 ‘특수부락’으로, 서양식 건축물들이 있었던 신촌리 마을(新村町)은 ‘신흥부락’으로 분류되었다. 이밖에 마포, 삼판통(三坂通, 현재 후암동), 광희문 밖 등의 마을들은 ‘빈민촌’으로 설명되었다. 이들 사진들은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의 취락(朝鮮の聚落)』에도 수록되어 있어 생활상태조사의 기초자료임을 더욱 확증케 한다. 한강에서 면화를 반입하는 장면은 1933년 ‘남면북양 정책’을 실시하여 한반도를 병참기지화하려는 조선총독부의 산업조사의 일환으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4장 ‘뉴욕 월드 텔레그램&선 컬렉션’은 뉴욕에서 발행한 일간지 『뉴욕 월드 저널 트리뷴(New York World Journal Tribune)』이 1920년대부터 폐간되는 1967년까지의 사진 약 100만 장을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사진들로, 모두 미공개 사진들이다. 이번에 소개된 서울 사진들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국가를 재건하는 1960년대 초반까지의 사진들로, 사진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뒷면 기록 사이의 간극을 통해 전쟁에서의 미군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신탁통치 반대 집회 사진은 모스크바 회의에서 한국을 5년간 신탁 통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대 시위 행렬로, 조계사와 시천교 교당 사잇길을 지나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청사)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안국동 일대는 상공에서 바라본 안동별궁과 풍문여학교(지금의 서울공예박물관)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으로, 사진 뒷면의 기록을 통해 이 사진이 1950년 6월 26일 북한군의 남침 등 한국 전쟁 발발에 대응한 국내외 정황을 기사로 작성하기 위해 선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쟁 장면과는 관계 없지만 기사 작성을 위해 당시 전쟁이 발발하기 전 평화로운 서울 시가의 모습을 선택한 것이다.

인천상륙작전 후 서울을 통과하는 미군은 서울 탈환을 위해 전투가 격렬해졌을 당시, 미군이 서울의 한 도로를 통과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폐허가 된 을지로, 명동 일대는 3년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중심가를 포착한 것으로, 이러한 평온한 일상, 전쟁 참상, 미군의 참전이라는 사진 선정과 기사 서술 방식을 통해 미국 언론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사진에 대한 개별 해설 외에도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자료의 의미와 학술적 가치」(석지훈), 「한국에 사는 미국인: 프랭크 G. 카펜터의 여행과 기록, 1888-1924」(구르셀 바하르), 「사진과 식민권력: 조선총독부의 ‘생활상태조사’ 사업과 무라카미 텐코 컬렉션의 관계를 중심으로」(권혁희)라는 3편의 전문가 논고도 함께 수록되어 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학술총서19『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서울 사진: 네 개의 시선』은 서울책방 과 서울역사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조선 말기~현대에 걸친 80여 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포착된 서울의 모습을 통해 달라지는 서울의 모습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이 각자가 보고 싶었던,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서울의 모습을 다양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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