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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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평생을 학문에 매진한 사람이 있다. 한때 상투적인 것처럼 들렸던 ‘학문에의 매진’이 이즈음엔 매우 드문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만큼 더 귀하게 들린다. 독문학자 전영애는 그런 일로매진一路邁進의 전형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는 여성이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았던 시절부터 학문을 파고들어 마침내 국내 학계에 독문학의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등 시대를 풍미한 고전들의 빼어난 번역이 모두 그에게서 나왔다.

지금은 여러 출판사들에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되어 독자의 선택권이 다양해진 시대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가 번역한 책을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한 권의 책’으로 꼽곤 한다.

수많은 작가들의 책을 번역해왔지만, 전영애에게 학문의 시작이자 종착지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다. 그가 2011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수상한 ‘괴테 금메달Goldene Goethe-Medalle’은 아시아의 학자로서, 여성으로서 이뤄낸 놀라운 업적이다.

2015년 문학동네에서 펴낸 『시인의 집』을 통해 여러 시인들과 작가들을 향해 걷는 마음의 기록을 전한 바 있는 전영애는, 이번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문학동네, 2021.07.02)』에서 다시 괴테로 돌아가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동시집』 등 거대한 작품들에 담긴 아름답고 시적인 격언들을 통해 고단한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괴테가 60년을 쓴 그 작품, 『파우스트』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하라면 누구든 서슴없이 택하는 구절입니다. 지금까지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번역되어온 문장이지요. 그러나 이 번역은 ‘노력’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노력한다’는 말에는 땀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여러 해를, 아니 수십 년을 두고 고민했지만 괴테가 말하고자 한 원래의 뜻이 그런 ‘노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굳어진 번역을 부러 바꾸었습니다.(13~14쪽)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대사는 어찌나 매끄러운지, 어찌나 옳은 소리만 하는지 읽다보면 파우스트가 아니라 메피스토펠레스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 ‘옳은 말만 하는’ 이성의 인물 메피스토펠레스의 매끄럽고 멋진 대사에서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19쪽)

어떤 원인으로든, 현재 상태의 자신의 주인은 자기입니다. 그것을 고치든 고수하든 상승시키든 개선시키든 그 모든 것은 원인제공자가, 설령 백 번 개심을 한다 하여도 이제 와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당사자의 자기연민이나 분노가 해결할 일도 아닙니다.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몫입니다. 자신을 빚어나가는 일을 할 사람은, 자기밖에는 세상에 그 누구도 달리 없습니다.(25~26쪽)

<전영애 프로필/작품활동>

저자 전영애는 서울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 한국괴테학회장을 역임했으며, 독일 바이마르 고전주의 재단 연구원이다. 2011년 유서 깊은 바이마르 괴테학회에서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시인의 집』 『맺음의 말』 『인생을 배우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라이너 쿤체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 등이 있다. 현재 여백서원을 운영하며 괴테의 모든 저서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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