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윤은기 칼럼니스트]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

대한민국 공군사관학교의 교훈이다. 올해 제72기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는 가슴 뜨거운 장면이 펼쳐졌다. 공사1기 출신이며 6.25 전쟁 출격 조종사인 이배선 예비역 대령(92)이 졸업생 대표인 강민성 소위의 어깨에 '위국헌신 태극기'를 걸어주는 행사가 있었다.

이 태극기는 전쟁 중 공사 1기생이 첫 번째 출격할 때 2기 후배들이 작전의 성공과 무운을 빌며 조국수호의 염원을 적어 넣어 목에 매어준 태극기다. 이 태극기를 똑같이 재현하여 제1기생이 72기 후배들을 격려하며 전해준 것이다. 이 감동과 감격의 순간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공군은 1949년 창설 당시 아예 전투기가 없었다. 연락기와 훈련기 몇 대가 전부였다. 1950년 소련과 중공의 지원을 받으며 북한군이 침략하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이 전투기를 지원하였다. 이 대령을 포함 10명의 공군 조종사가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로 가서 일주일 비행교육을 받고 전투기를 몰고 돌아왔다. 이것이 무스탕이라고 불리는 F-51이다.

이 전투기는 귀국 즉시 전투에 투입되어 맹활약하였다. 탱크로 밀고 내려오는 적의 최선두를 타격하고 적진 깊숙이 날아가 군 시설과 보급기지를 타격하였다. 함께 출격했다가 적의 대공포화에 피격되어 산화한 조종사들도 적지 않았다. 이때는 애끓는 마음으로 전우가 탄 전투기가 추락하는 걸 보면서 상공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명복을 빌고 귀대하였다고 한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하루 이틀 뒤에는 다시 출격을 반복하였다.

졸업식 축하 리셉션장에는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공승배 사관학교장, 이광학 장군 등 역대 공군참모총장, 각국 무관 등이 참석하였다. 이영수 참모총장은 압도적 힘의 우위를 유지하여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주역량을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였다. 이 자리에서 이배선 대령은 축사를 통해 1기 졸업 당시를 회고하였다. 1952년 1기가 졸업할 때는 공군사관학교가 진해에 있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졸업생 전원에게 간곡한 당부를 하였는데 조종사들은 늘 이 훈화를 가슴에 새기고 출격했다고 한다.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제군들이 대한민국을 구해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나라를 빼앗기면 온 국민이 노예로 살게 됩니다.”

갑자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멘타리 영화 <건국전쟁>이 떠올랐다. 이승만 대통령은 앞으로 세상이 공산독재체제와 자유민주진영으로 나뉘어질 것을 내다보고 이 6.25전쟁의 실상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북한을 보면 이승만 대통령의 통찰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김일성 3대 독재체제에서 주민들은 자유를 잃고 노예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 귀한 행사에서 이배선 대령과 한 테이블에서 말씀을 나눌 수 있었다. 공군 정책발전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주최 측이 배려한 덕분이다. 나는 6.25전쟁 시기에 태어난 전쟁둥이다. 이배선 대령은 내가 한 살 때 출격을 하신 분이다. 이분들의 ‘위국헌신’ 덕분에 오늘날의 자유대한민국이 있고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존경심이 솟아오른다. 전쟁 당시 미국의 원조와 지원 덕분에 유지되던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초음속 전투기를 자체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는 나라가 되었다. 원로 선배의 말씀이 가슴 깊이 파고 든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나라입니다.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세계의 기적입니다.”

“대한민국을 잘 지키고 번영시켜 후손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나라를 잃을 뻔했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날 졸업식장에서 이배선 대령이 졸업생 대표에게 위국헌신 태극기를 걸어주었고 졸업생들은 이 대령에게 빨간 마후라를 매어드렸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빨간 마후라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상징이다. 6.25 전쟁 당시 전투기 조종사였던 김영환 대위가 출격할 때마다 목에 두른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형수의 빨간 치맛자락을 잘라내어 목에 두르고 위국헌신 애국심을 불태운 것이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빨간 천을 두르고 출격을 하였다. 그 후 조종사들의 상징물이 되어 지금은 공식 지급품이 되었다. 빨간 마후라에는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선배 조종사들의 위국헌신 군인정신이 깃들어 있다.

영화주제곡이며 공군 군가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빨간 마후라 가사에도 선배들의 군인정신이 녹아있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출격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던 조종사들의 피 끓는 애국심이 절절히 녹아있다.

“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번개처럼 지나갈 청춘이란다.”

“그까짓 부귀영화 무엇에 쓰랴. 사나이 일평생을 하늘에 건다.”

위국헌신 태극기와 빨간 마후라에는 군인들의 애국심이 대를 이어 흐르고 있다. 나라는 군이 지키고 군은 국민이 지켜야 한다.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구국 영웅을 기리고 군인을 존중하는 호국보훈 정신이 널리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윤은기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인하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차관급),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서울시공무원면책심의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대한민국 백강포럼 회장,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장, 도산애기애타지도자아카데미 학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방송활동으로 KBS 제1라디오 ‘생방송 오늘’, EBS TV ‘직업의 세계’, MBN TV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등이 있다.

주요저서로는 <협업으로 창조하라(2015)>, <대한민국 국격을 생각한다(2010)>, <매력이 경쟁력이다(2009)>, <時테크 시간창조의 기술(1992)>, <정보학 특강(1987)> 등이 있다.

수상경력으로 ‘공군을 빛낸 인물(2015)’, ‘대한민국공군전우회 자랑스러운 공군인(2015)’, ‘제9회 한국HRD대상 CHO부문 대상(2011)’, ‘홍조근정훈장(2009)’, ‘산업교육대상 명강사부문(199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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