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코치가 만난 코치(24) 최은주 코치

[한국강사신문 윤선동 기자] 사람의 에너지와 정서는 전염된다고 한다.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서 서로 간에 그걸 느낀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오늘 인터뷰할 코치를 두고, 누구는 사슴 같은 눈망울을 지녔다고 하고, 누구는 그의 진정성에 동화되어 같은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코치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변화와 성장을 넘어서 가치와 성숙을 지향하는 한국공익코칭협회 회장인 최은주 코치로, 윤코치가 만난 코치 인터뷰를 시작한다.

최은주 코치는 한국코치협회 인증 수퍼바이저코치(KSC)로, 현재 한국공익코칭협회 협회장과 ICF 코리아챕터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글로벌 조직에서 20여 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에서 협회 감사, 홍보위원회, 글로벌위원회에서 활동하였고, 공익코칭위원회에서 사회적 동반자들을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주요 역서로는 『코칭의 역사』, 『시스템 코칭』이 있으며 ‘공익코칭 BASIC', '공익코칭 PLUS', ’아자코칭’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路悅 최은주입니다. 로열(Royal)은 저의 號인데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영어가 무슨 號가 되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로열은 길 로(路)자와 기쁠 열(悅)자로써, 기쁨으로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현재 ‘세상을 아름답게, 사람을 행복하게’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사회적 동반자들을 위해 공익코칭에 뼈를 갈아 넣고 있는 ㈜로열코칭의 대표이자, 한국공익코칭협회 회장이고 ICF 코리아챕터의 부회장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사회적 동반자란,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가능성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지만 자율적인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이전에 사용했던 ‘사회적 약자’를 대체한 용어입니다

[사진출처=(주)로열코칭]
[사진출처=(주)로열코칭]

Q. 코칭 입문계기와 코칭철학은 무엇입니까?

저희 부모님은 제가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는데요, 아버지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글로벌 조직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었는데 아버지 간병을 위해 망설임 없이 직장을 그만 두었습니다. 아버지는 1년 정도 돌봄을 받으시고 인지가 어느 정도 회복되시자, 제가 다시 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간절히 말씀하셨어요. 다시 주변을 살피는 가운데, 이전 직장에서의 콜링도 있었지만, 정년이 빠른 이전 직장 보다는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인들이 저의 경청 능력과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공통된 말을 듣고 있던 차에 코칭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연세대 쪽을 알아보던 중 요사이 ‘코칭’이라는 것이 대세인데 이것을 공부해 보지 않겠냐고 권해 주신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칭 철학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된 건 혼자서 꾸리던 일인 기업에서 확장하여 조직을 구성하고 공익코칭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면서 부터였어요. 고민의 끝에 최종 완성된 공익코칭 철학은 ‘동’반성장, ‘무’한한 가능성, ‘생’명의 소중함, ‘각’각의 소명 이렇게 4가지입니다. 즉, 함께 성장하는 것, 사회적으로 여건이 어려운 고객을 무시하지 않고 그 가능성을 무한히 믿는 것, 누구나 생명은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 모든 각 사람에게는 세상에 보내진 이유와 소명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 첫 자를 따서 ‘동무생각’으로 기억하면 쉽습니다.

저는 이 코칭철학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끔 코칭이 막힐 때마다 공익코칭 철학으로 돌아가 그 해답을 발견하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인생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 열매가 다르듯이, 코칭을 할 때 코칭철학이 굳건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좌측부터 코쿱북스,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사진출처=좌측부터 코쿱북스,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Q. 공익코칭에 관심이 많으신데 그 이유와 주요활동은 무엇입니까?

인생의 전반전에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성공과 승진을 향해 질주했었습니다. 남들이 저를 큰 아름드리나무라고 치켜 올리며 나름 성공했다고 말들을 해주었지만, 막상 그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아버지 간병을 끝내고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지 몸부림치며 기도로 구했을 때 제 눈앞에 보인 것이 코칭이었고, 그 중에서도 어려운 환경의 사회적 동반자들을 돕는 공익코칭이었습니다.

이제는 성공과 승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나머지 삶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아름드리나무가 크더라도 그걸 보고 숲이라고 하지는 안잖아요. 너도 나무 나도 나무, 그래서 우리가 모두 함께 어우러질 때 ’숲‘인 것 같아요. 아름답게 어우러진 숲을 이루는 그날까지 공익코칭을 통한 이 몸짓은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처음 코칭을 배울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2년 과정으로 연세대에서 코칭을 배웠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처음 두어 달 동안은 울면서 다녔습니다. 21세기에 이렇게 감동스러운 것이 있구나, 이것으로 정말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본격적인 코치로 활동하게 되면서 기업의 경력 때문인지 주로 기업에서 코칭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코칭도 나름 보람 있는 순간들이 많았고, 제가 코칭 한 그 임원/리더의 영향력과 변화가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 코치님의 요청으로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한 이웃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분은 남편과 이혼하고 뇌성마비 자녀를 키우며 나라에서 생활보조비를 받아 살아가는 분이었어요. 특별한 기술도, 기댈 언덕도 없이 혼자서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운다는 게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그 힘듦을 알 수 있잖아요.

열 번의 코칭이 끝나던 마지막 날 그분이 요구르트 한 개를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고급 요구르트도 아닌 그 요구르트를, 두 개도 아닌 한 개를 수줍게 내밀며 그 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고 어서 드시라고 여러 번 재촉하셨습니다. 저는 목이 메어오는데 꺽꺽거리며 그 요구르트를 눈물과 함께 삼켰습니다.

그분 말이 세상에서 태어나 자기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며, 사실 삶이 너무 힘들어 딸과 함께 자살을 하려고 결심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심한 그날, 코칭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고 이왕 죽을 건데 뭔지는 모르지만 한 번 받아나 보자고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 분은 삶의 끝자락에서 코칭을 통해 인생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고, 이제 다시 해볼 거라고, 다시 살아볼 거라고 눈물범벅으로 말했어요. 실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고요. 저는 그 날 그 분의 요구르트가 자신이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걸 잘 압니다. 그것은 코치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귀하고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선물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기업코칭을 하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어려운 분들을 만나면서 처음 코칭 배웠을 때의 감동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야할 곳, 가야할 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공익코칭과 관련된 인연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한국공인코칭협회]
[사진출처=한국공인코칭협회]

Q. 한국공익코칭협회 설립 배경과, 활동내용 등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회는 회복과 성장이 있는 밝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 분들이 공익코칭 과정을 수료하면서 공익코칭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강한 니즈가 있었습니다. 이 열정과 니즈를 통해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전문 공익코치들의 연합체로 발전하게 된 것이 ’한국공익코칭협회‘ 탄생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협회는 공익코칭의 확산과 전문화를 위해 체계를 세우고 자발적으로 조직을 구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에 설립되어 이제 1주년이 되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눈부신 성장을 했고 작년 한해 많은 공익코칭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사회적 동반자인 학교밖청소년들, 가정밖청소년들, 탈북민 자녀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 그룹홈/보육원 청소년들, 중장기쉼터 청소년들, 수용자 자녀들, 이들을 도와주시는 기관의 선생님들 등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그 가능성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회복되고 당당하게 세워져서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기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코칭으로 돕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공익코치가 많이 필요합니다. 공익코치는 로열코칭에서 배출하고 있고 4월에 인증 프로그램인 ’공익코칭 Basic‘ 13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이 지원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이 과정을 수료하시면 코치자격증이 없는 경우 소정의 과정을 거쳐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자격증을 딸 수 있고, 코치자격증이 있는 경우에는 공익코칭 프로젝트에 바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이 일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한국공인코칭협회]
[사진출처=한국공인코칭협회]

Q. 코치님이 생각하는 공익코칭을 비유해 본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벌새의 몸짓이 떠오르네요. 어떤 동화인데, 숲에 불이 났다고 합니다. 모든 동물들이 불길을 피해 반대 방향으로 도망칠 때 작디작은 벌새 한 마리가 이들과 반대로 불길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고 해요. 그 이유가 자기가 몸담고 살고 있는 숲인데, 불을 꺼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엄지손톱만한 벌새가 불을 끄면 얼마나 끌 수 있겠어요. 작은 부리에 물을 머금고, 몸에 물을 적셔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불을 끄려고 한 거죠. 이를 보고 다른 벌새들도, 동물들도 불을 끄려고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와 우리 협회 코치님들 어쩌면 지금은 벌새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공익코칭이 우리사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우리들의 가치와 코칭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불을 끄려고 했던 벌새처럼 우리 코칭 계에,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공익코칭과 이윤추구의 관계, 사업으로서의 공익코칭에 대한 코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공익코칭과 봉사로 하는 프로보노코칭은 어떤 차별점이 있어야 할까를 정말 많이 고민해 왔습니다. 사실 ’이런 일을 돈을 받고 하느냐‘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코칭이 어쩌다 재능 기부로 진행될 수는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지속적으로 공짜일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공익코칭도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규모 있게 전문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공익코칭은 내 코칭 시간을 더하기 위해 무료로 그냥 해주는 그런 코칭이어서는 안 됩니다.

공익코칭 현장에서 대상자를 만나 보십시오. 이들의 마음을 열고 코칭다운 코칭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를 향한, 심지어는 가장 큰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가정과 부모들을 향한, 그리고 자기 자신들에 대한 불신과 상처로 가득 찬 이들을 코칭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익코치들에게 더 깊은 내공과 인내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도 공익코치들은 연구 모임을 통해 역량을 개발하고 향상시키는데 여념이 없으며, 이러한 활동들과 공익코칭이 지속되기 위해서,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코칭의 노하우가 꾸준히 축척되기 위해서 유료코칭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공익코칭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지 않고 상당히 복잡합니다. 수익은 그리 높지 않은데 단순하지 않고, 사업으로는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그러나 선한 의도를 공감하는 코치님들이 하나 둘 모여서 지금 짧은 시간이지만 폭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월드비전, 초록우산, 이랜드재단 등 저희와 뜻을 같이 하는 10여개 남짓한 기관들과 공익코칭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무엇 하나 확실하게 고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혁신과 변혁, 도전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공익코칭 분야에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이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만은 간절합니다.

[사진출처=한국공인코칭협회]
[사진출처=한국공인코칭협회]

Q. 코치님이 생각하는 ‘코치의 핵심역량 3가지’를 꼽는다면?

저는 공익코치니까 공익코치로서의 핵심역량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심화 프로그램인 공익코칭 PLUS에서 공익코치로서 필요한 역량 44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3가지만 꼽으라면, 정말 어려운데요, 전문성, 사랑, 진정성 이렇게 3가지를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리는 예리하고 차가운 전문성으로, 가슴은 따뜻한 사랑으로, 행동은 진정성을 가지고 코칭해 나간다면 공익코칭 대상자인 사회적 동반자들의 삶에 깊은 울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끝으로, 향후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 코치님들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들이 공익코칭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공익코치로서 함께 해 주셔도 좋고, 금전적으로 후원해 주셔도 좋고, 관련될 것 같은 기관이 있다면 연결시켜 주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여 너도 나무 나도 나무가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코칭의 숲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함께 한다는 것은 너무도 아름답고 의미가 있습니다. 저의 바람은 공익코치가 필요 없는 그날이 오는 것입니다.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 심은 사람’이란 책이 있다. 누가 보건 안보건 황야에 묵묵히 나무를 심어 수십 년이 지나 울창 숲을 만들어 동물과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결국 활발한 도시가 생겨나게 한 한 사람의 기적과 같은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최은주 코치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무 심은 사람이 떠올랐다. 사회적 동반자, 나아가 이들과 함께 하는 코치들 모두를 위해 공익코칭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최은주 코치의 활동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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