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한상형 칼럼니스트] 뇌는 우리 몸무게의 2%밖에 안 되는 무게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중에서 2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다 보니 뇌를 사용할 때 에너지 소모량이 큰 것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면 힘들어지니까 가급적 뇌를 적게 사용하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검토한 후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지 않는다. 다 검토하면 피곤하기 때문에 자신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안이 나오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판단을 멈춰버린다.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의 뇌를 ‘인지적 구두쇠’라고도 부른다.

예를 들어 아침에 창밖을 보니 도로가 물에 젖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쉽게 판단해 버린다. ‘도로가 젖어 있는 것을 보니, 어젯밤에 비가 내렸나보군.’이라고 말이다.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도로가 젖어 있는 것이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누군가 일부러 물을 뿌려놓은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을 내리기 싫어한다. 복잡하고 귀찮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끝없이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은 가능한 한 단순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의 뇌는 가능한 한 가장 쉽고 편리하게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좋아한다. 최대한 빨리, 지름길을 통해 목적지에 이르는 것처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결정을 선호한다. 이러한 것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하는데, 휴리스틱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으로, 주어진 시간이나 정보가 부족해 합리적인 판단이 곤란하거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지 않을 때 재빨리 사용하는 어림짐작을 말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결정하는 어림셈 정도라 보면 된다. 그러나 휴리스틱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만족할 만한 답을 빠르게 낸다는 점은 좋지만, 때론 터무니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휴리스틱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실험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다. 한 그룹은 8부터 1까지를 암산으로 곱해보라는 문제를 낸다. 다른 그룹은 1부터 8까지 암산으로 곱해보라는 문제를 제시했다.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답하도록 지시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그룹이 대답한 답의 평균은 2,250이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이 답변한 평균은 겨우 512였다. 숫자의 순서만 바꾼 결과로도 평균이 다르게 나왔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기준점을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8부터 곱한 그룹은 ‘8×7×6×5’로 시작했기 때문에 첫 기준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8에다 7을 곱하면 56, 56에다 6을 곱하면 336. 이런 식으로 곱하다보면 높은 합산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에 1부터 곱한 그룹은 ‘1×2×3×4’로 시작했기 때문에 첫 기준이 낮아 낮은 기준점을 설정한 것이다. ‘1에다 2를 곱하면 2, 2에다 3을 곱하면 6. 이런 식으로 곱하다보면 낮은 합산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문제로 제시한 것의 답은 둘 다 같아야 했다. 그런데 빠른 시간 안에 답하기 위해 각자가 암산을 하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숫자를 곱한 결과에 따라 어림짐작하여 답을 했다. 즉 나름의 방식으로 대충 답을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와 같다. 이미 상식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우리의 뇌는 게을러서 머리를 쓰기 싫어하는데 상식에만 의존한다면 그야말로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생각을 포기하고 나면 당연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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