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얼마나 많은 경고가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사라져야 하는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죽어가는 알바트로스, 그 고통을 온몸으로 통감하고 현실을 직시하라!”

이 책 『크리스 조던(인디고서원, 2019)』은 제1부 크리스 조던이 제작하고 감독한 영화 <알바트로스>의 내용을 옮겨 담았고, 제2부는 그가 한국에 와서 청중들과 대화한 내용을 정리했으며, 제3부는 인디고 서원과 언론사 등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 조던이 8년 동안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을 오가며 느꼈던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인간인 우리가 아는 것을 알바트로스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한다. 인간이 쓰고 버린 쓰레기들을 먹이인 줄 알고 새끼의 입으로 건네주고, 궁극에는 그것이 자기 새끼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의 가슴은 무너져내릴 것이다.

과연 그 슬픔과 절망에 우리는 어떻게 사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저지른 거대한 실수에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이토록 무기력하고 나약한 인간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크리스 조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대의 문제를 직시할 용기가 있는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그의 사진과 영화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문제 상황을 아주 멀리서부터 보게 한 후, 가장 근접한 모습으로 그 현실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동시에 막연하게 머릿속에 그렸던 자연의 위대한 아름다움 역시 그 찬란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온몸으로 고통을 감각하고 온 마음으로 문제를 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1974년,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보며 “얼마나 많은 경고가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사라져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인간은 마치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믿고 또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아름답고 귀한 것들을 잃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현실을 들여다보지 않아 생긴 무지와 오만은 아름다움의 감각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잃어버리게 했고, 그것은 인간이 저지른 가장 큰 과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무지의 장벽을 허물지 못했다. 수십 년 전 이미 지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말했지만 여태껏 잘살고 있으니 오히려 안도할지도 모른다. 지금 느끼는 이 위기 역시 곧 아무 탈 없이 지나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이미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생명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죽음과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무수히 많은 생명에게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말해주면 되는 것일까?

“저는 이것이 우리 인류가 직면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지구적인 문제에 집단적인 인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저는 의식의 구조적인 전환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굉장히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의 기억,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느낌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결국 우리 안에 있는 지구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것이 될 것이고요, 그것은 헤엄치고 날아다니고 걸어 다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의 느낌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는 사랑의 느낌이 새로운 세계를 이루는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토대를 이룰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새로운 세계는 탄생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크리스 조던』 본문에서”

한편 『크리스 조던』의 저자 크리스 조던은 미국의 사진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사진과 영상으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 시대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다. 크리스 조던의 작품은 현대 소비 사회에서 인간이 초래한 환경 파괴에 대해 단순한 문제 제기나 현실 고발을 넘어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사회적, 구조적인 문제와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상상력을 요청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모든 생명을 애도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랑을 하는, 우리 안에 깊숙이 내재한 근원적인 힘을 찾아가게 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함께 공생의 삶을 실현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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