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금수저되다] 우성민의 흑(黑)수저 경영학

[한국강사신문 우성민 칼럼니스트] 어느 날, 우리 회사 건물에 주차하려는 1억 원이 넘는 외제차를 바라보며 직원들이 저마다 탄성을 터트리며 한 마디씩 했다.

“와, 진짜 너무 멋진걸.” “저분 요즘 잘나가나 보네.”

회사의 대표들이 좋은 차를 타고 다니려는 이유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대표들이 사무실을 꾸미고 규모를 넓히는 것만큼 신경 쓰는 것이 자신의 업무용 차량이다. 거래를 하다 보면 사무실보다 많이 보여 주게 되는 것이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초기이거나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회사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는 것 보다는 직접 거래처로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부탁할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들은 외제차를 타고 가서 자신의 회사가 자금 여유가 있고 잘나가고 있다는 걸 은연중에 어필하려고 한다. 국산 신차보다 중고 외제차를 선호하는 대표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외제차를 타는 건 회사 대표들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최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대통령이 최고급 외제차를 타는 이유는 아마도 국가원수로서의 위상을 나타내기 위함일 것이다. 대통령의 차는 방탄용 차체와 유리는 물론 타이어 펑크 시에도 주행이 가능하여 안전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차 안에서도 업무를 보거나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차는 대외적인 신뢰도까지 높여 준다. 그래서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의전 차량이 수억 원을 넘는 외제차라고 해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외제차를 타듯 한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가 외제차를 타는 것이 어떤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외제차를 타는 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업 초기이거나 회사 이익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 대표가 외제차를 타는 것은 금기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를 생각한다면 외제차를 떠나 국산 최고 급 승용차를 타는 것 또한 사치일 수 있다.

지인의 소개로 한 업체의 대표가 우리 회사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 제품 마케팅과 판매를 의뢰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는데, 1억 원이 넘는 외제차를 타고 왔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의 눈빛과 행동은 매우 초조해 보였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듣고 난 후 나는 말문을 열었다.

“식사하고 가시지요. 제가 사겠습니다.”

같은 대표로서 조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왜 그렇게 초조해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식사 자리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화를 유도하니 긴장 상태였던 그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았다.

“대표님! 사업 잘되시나 봐요? 차 좋던데요.”

“잘되기는요. 사실 다 빚이에요. 사업 초기 ××보증기금을 통해 빌린 돈으로 리스한 거죠. 이번 달은 차량 리스 비용도 걱정이지만 직원들 월급 줄 돈도 부족합니다.”

“사업은 해 보셨어요”

“아니오. 이번이 처음입니다.”

“몇 년간 하셨는데요”

“3년째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매출액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네… 창피하지만 1억도 채 되질 않습니다. 매출이 좀 더 올라야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더군요. 좀 도와주세요.”

나는 잠시 그와 나의 상황을 비교하여 생각해 보았다. 당시 나는 네 번째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매출액이 50억 원에 도달했고, 국산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반면 1억 원짜리 외제차를 타고 나타난 대표는 겉보기와 달리 말과 행동에 초조함이 가득해 보여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해 본 적이 없는 초보 사업가들에게서 이러한 외제차 신드롬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나이가 어린 대표일수록 이러한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만, 이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외면만 좇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대표님, 직원이 몇 분이세요”

“네, 두 명밖에 안 됩니다.”

“대표님 차량 처분하면 한 명 급여는 줄 수 있겠는데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차를 팔면 다들 제가 망한 줄 알 거예요.”

우스꽝스러운 대화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대표들은 회사가 어려워져도 자신의 차를 처분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인데, 왜 정작 직원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을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정말 회사 대표이사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느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까

나는 언젠가 페이스북을 통해 ‘외제차를 타지 말자’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이 글을 읽은 몇몇 분이 타고 다니던 외제차를 과감히 처분하고 본인 형편에 맞는 국산차로 교체했다. 심지어 국산 소형차로 바꾼 분도 있었다. 그들 중에서는 다음처럼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분도 있었다.

“대표님, 페이스북에 게재하신 글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차량을 교체하고 나니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지 모릅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정신 차렸다고 잘 봐주시고 도와주려 하시더라고요.”

외제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업 초기에 외제차를 타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특히 나와 같이 실패 경험이 수차례 있는 대표들은 ‘저 회사 얼마 못 가겠군’이라는 걱정과 책망이 뒤섞인 생각을 속에 품기도 한다.

사업 초기의 대표들이 나에게 조언을 청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대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차량을 선택하라고 이야기한다. 감당할 수 있는 차량이란,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에도 회사 비용이 아닌 본인의 자금으로 탈 수 있는 차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부담되는 것이 매월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 비용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표가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앞장서서 고정 비용을 늘린다면 그 회사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사업 초기에는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급여 비용을 제외한 모든 고정 비용을 악착같이 아껴야 살아남을 수 있다.

※ 참고자료 : 우성민의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스노우폭스북스, 2018)』

 

우성민 칼럼니스트는 네트론, 네트론 케이터링, 라오메뜨 3개 회사의 대표다. 대표저서로는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이 있다. 가비아,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판매전략’을 강의하고 기업, 대학원, 대학원 등에서 ‘흑(黑)수저 경영학’을 강연하고 있다. 또한 67년 전통, (주)쓰리세븐상사 온라인 판매전략 고문(허스키 뉴욕 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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