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한상형 기자] 투우, 플라멩코, 축구.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뜨거운 태양 아래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소와 대결을 벌이는 투우사, 칠흑 같은 검은 머리에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여인의 매혹적인 플라멩코, 혹은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나 미친 듯이 토마토를 던지는 축제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두자. 모든 스페인 사람이 다 카르멘이고 돈키호테는 아니다. 스페인 일부 자치주에서는 투우 경기가 금지되었고,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처음 만나는 스페인 이야기 37(지식프레임, 2018)』은 지리, 도시, 정치, 역사, 건축, 예술, 사회, 문화를 중심으로 그동안 스페인에 대해 궁금했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스페인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할 스페인의 모든 것을 37개의 키워드로 쉽고 재미있게 풀었다.

스페인에 가면 스페인 사람은 없고 카스티야 사람, 바스크 사람, 카탈루냐 사람, 갈리시아 사람, 안달루시아 사람만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스페인은 각 지역의 정체성이 매우 강한 나라다. 한 국가지만 쓰이는 공식 언어만 해도 4개다. 레콩키스타 이후 카스티야라는 강력한 통일 왕국이 탄생했지만 중세 시대 이후 각 지역에 형성되었던 소왕국들의 문화적 전통과 언어는 여전히 굳건하게 남아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스페인 순례자의 길로 잘 알려진 산티아고뿐만 아니라 영국과 영토 분쟁이 일고 있는 지브롤터,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 영토 세우타와 멜리야, 반도 주변의 부속 섬인 마요르카와 카나리아 등 스페인의 각 도시에 얽힌 역사와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이들 지역이 가진 개성과 매력을 전한다.

저자 이강혁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중에서 “걷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앞에 섰다. 한 달 내내 마음속에 그렸던 곳이다. ‘이제는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라는 안도감보다는 ‘앞으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라는 허탈감이 더 컸다. 그동안 함께 걸었던 순례자들과 추레해진 몰골에 개의치 않고 서로 깔깔거리며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포즈도 각양각색이다. 서로 부둥켜안기도 하고, 광장 바닥에 키스한 후 눕기도 한다. 아쉬움을 달래기보다는 밀려오는 허탈감을 애써 감추려는 듯. 왁자지껄한 분위에서 잠시 벗어나 성당이 한눈에 들어오는 광장 구석으로 갔다. 그렇게 오고 싶었던 산티아고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나의 ‘산티아고’는 진정 어디에 있을까? 어느 시골의 알베르게에서 보았던 구절을 떠올려본다. ‘뛰지 마라! 네가 가야 할 곳은 바로 너 자신이다(¡No corras! Que adonde tienes que llegar es a ti mismo)’.”라고 말했다.

저자 이강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1995년부터 대전외국어고등학교 스페인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쓴 책으로는 『노래로 배우는 스페인어』, 『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 100』, 『라틴아메리카역사 다이제스트 100』, 『까미노 데 산띠아고』, 『스페인어 무작정 따라하기』,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즐거움』(공저), 『정치가의 연애』(공저) 등이 있다. 번역한 책으로 『산티아고 북쪽 길』이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