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금수저되다] 우성민의 흑(黑)수저 경영학

[한국강사신문 우성민 칼럼니스트] 야근을 좋아하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대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나면 가장 먼저 봉착하는 문제가 야근이다. 아마도 야근 없이 성공한 회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머릿속에 성공한 기업들을 떠올려보라. 삼성, LG, 애플, 구글. 지금이야 대단히 세련된 기업 문화를 자랑하지만, 이들도 성공하기 위해서 지독하게 야근을 해야 했다.

물론 지금도 대기업의 야근은 악명이 높다.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가정 양립)을 외치는 요즘 시대의 원칙으로 따지자면 직원들의 야근을 줄여 개인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초기의 중소기업에 야근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회사 설립 후 초기에 야근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직원이 내게 할 말이 있다며 조용히 찾아왔다. 심란해 보이는 직원의 표정에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직원의 말을 들었다.

“대표님, 당분간 야근은 힘들 것 같습니다.”

“왜 그래? 집에 무슨 일 있어”

“집사람이 말이 많아요. 집은 안 돌보냐며…”

사업 초기, 잦은 야근으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였다. 매우 난처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흙수저 대표로서 하루 빨리 이익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가지고 있던 나도 내 가정을 잘 돌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까지 가정을 돌보지 말고 일에 더 집중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내가 과거에 직장을 다닐 무렵에 겪었던 문제이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야근이 필요한 경우 직원들을 소집해 야근의 당위성을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야근에 대한 문제는 직원들이 이해하고 승낙한다 해도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직원의 배우자, 부모, 애인이 관련되어 있는 문제였다

“쥐꼬리 같은 월급에 맨날 야근까지… 차라리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게 어때요”

허구한 날 늦게 퇴근하는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들은 남편의 이직을 권유하기도 한다. 나도 직장인으로 일한 적이 있어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운영상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의 야근이 길어지는 걸 보면서, 야근으로 인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 직원 아내를 초대한 이유 : 네 번째 사업의 창립 멤버들은 모두 기혼자였다. 다들 오랜 경력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든든했지만, 그들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창업 초반에 빨리 이익을 창출해내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회사를 성공시켜 마지막 회사로 만들자는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의 창업 자금은 단 일천만 원뿐이었다. 6개월 내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여지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팔자였고, 때문에 더욱 열정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근이 장기화되자 현실적인 문제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내와의 불화에 고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 모두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외면해서도 안 되는 문제였다. 나는 우리 직원과 직원의 가족을 연결할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했다.

“우리, 가족 모임을 하면 어떨까? 내가 아내 분들께 해줄 이야기가 있어.”

멤버들과 상의하여 아내들을 주말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했다. 주말이 되자 창립 멤버의 아내분들이 빠짐없이 참석해 주었다. 나는 일단 회사를 둘러볼 수 있게 안내했다. 우리 회사의 첫 사무실은 두 평에 불과한 작은 공동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딱히 안내랄 것도 없었다.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 놓인 책상 세 개를 본 아내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사실 내가 일하는 사무 공간을 가족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내 아내는 물론 창립 멤버의 아내분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때 비로소 진심이 전달되리라 믿었다. 그렇게 회사를 둘러본 후 사전에 예약해 놓은 분위기 좋은 양재동의 유명 랍스터 레스토랑으로 갔다. 랍스터 회를 시작으로 버터와 칠리소스를 두른 랍스터까지 우리는 한 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진 코스 요리의 만찬을 즐겼다.

아내들끼리는 육아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서로의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코스의 마지막인 디저트까지 모두 먹고 난 후, 나는 비로소 아내들을 향해 말을 꺼냈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어렵게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직원을 더 뽑을 수도 없고, 단기간에 이익을 내려다 보니 야근을 할 수밖에 없네요. 정말 죄송하지만, 앞으로 회사가 안정화될 때까지 저와 저희 멤버들은 조금 늦게 귀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저희들은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힘든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으려면 가족의 응원과 격려가 많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내들은 우리의 창문 없는 작은 사무실을 바라볼 때처럼 아무 말이 없었고, 모두 조용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모임 이후 며칠이 흘렀다. 직원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늦은 귀가에도 아내들의 반응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회사와 직원 그리고 직원의 가족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생각해야 한다. 야근의 문제는 직원 개인뿐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하고도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대표는 야근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때, 가족의 입장도 마땅히 고려해야 한다. 함께 이해하고 노력하면 그 어떤 위기라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 참고자료 : 우성민의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스노우폭스북스, 2018)』

 

우성민 칼럼니스트는 네트론, 네트론 케이터링, 라오메뜨 3개 회사의 대표다. 대표저서로는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이 있다. 가비아,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판매전략’을 강의하고 기업, 대학원, 대학원 등에서 ‘흑(黑)수저 경영학’을 강연하고 있다. 또한 67년 전통, (주)쓰리세븐상사 온라인 판매전략 고문(허스키 뉴욕 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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