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두형제가 있었다. 성격이 매우 대조적이다. 형은 지긋이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이고 동생은 답답할 정도로 느긋하다. 주식투자에서 두형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형은 울고 동생은 웃고 있다. 십여 년 전에 함께 투자를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형은 원금 손실을 크게 보았고 동생은 엄청난 목돈으로 불린 것인데 그 희비의 원인은 ‘기다림’에 있었다.

형이 오르락내리락 증시를 보며 바쁘게 대응할 때 동생은 그저 우량주를 사놓고 십여 년 동안 기다린 것뿐인데, 한쪽은 –49%, 한쪽은 +680%가 되었다. 틈틈이 주식을 공부하며 이리저리 종목을 갈아탔던 형은 아무 노력도 않고 몇 배를 챙긴 동생을 보며 억울함과 허탈감을 느낀다. 더욱이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다’라는 동생의 말에 망연자실까지 한다.

지긋이 기다린다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실제로 80년대 말 국내 굴지의 S기업이 직원들에게 당시 20만원을 호가하는 자사 주식을 10만원이 되지 않는 금액에 스톡옵션으로 부여 했는데, 그 후 회사 주식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그 가격대에 주식을 판 직원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다수의 직원이 그 이전에 곧바로 2~3배 오른 금액에 ‘이게 웬 떡이냐“하고 모두 처분해버렸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기다린 극소수의 몇 명만이 10배 이상의 횡재를 맞이했다고 하니 역시 기다림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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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좀처럼 느긋이 기다리지 못하는 것 같다. 주식의 경우 조그만 소문에도 매매를 앞 다투고, 무슨 사건이 터지면 이쪽으로 우르르, 무슨 정보가 들리면 저쪽으로 우르르 하고 있다. 대기시간이 좀 길어지면 불평불만을 하고, 음식배달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항의전화를 건다. 열차나 비행기가 멈추기도 전에 내리려고 하고 바뀐 정부제도가 시행되기도 전부터 관련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진득함이 현명할 때가 있다. 이리저리 높은 연봉을 찾아 옮겨 다닌 회사원 보다는 한 분야에 눌러 앉아 임원이 된 자가 더 지혜롭다. 세월을 기다려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부터 기다림에 익숙하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도저히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다려라, 그러면 나보다 먼저 그 상사가 떠나버린다. 물론 더 나쁜 상사가 곧바로 올수 있다. 그러면 또 기다려라. 언젠가 좋은 상사를 만나게 된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내릴 때 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일본을 평정했던 ‘도구가와 이에야스’도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결국 때를 기다려 천하통일에 대업을 이룬 것이다.

기다리면서 느리게 산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 있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렵고 힘들고 짜증나더라도 우선 기다려 보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도 결국 기다림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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