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과 사는 것, 둘 중의 하나는 쉬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강사신문 이승진 기자] ‘재생불량성 빈혈’. 다소 가벼워 보이는 병명이지만, 이 병은 사실 완치가 쉽지 않은 희귀난치병이다.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턴어라운드, 2019.6)』은 바로 이 병을 진단받고 사회생활 대신 투병 생활을 시작해야 했던 저자의 기록이다.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6년, 그 시간 동안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꾸준히 남겨온 이 기록은 투병 생활의 민낯뿐 아니라 죽음의 언저리에서 품었던 생각들까지 담담하게 풀어낸다.

아무리 검색해도 재생불량성 빈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힘들었던 만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록하기 시작한 이 이야기에는 저자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갑자기 찾아온 희귀병 앞에서 방황했던 시간,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왔던 과거에 대한 후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 투병을 계기로 얻은 조금 특별한 시선까지. 그러니까 이 책은 저자의 투병기인 동시에 조금씩 변화해가는 내면을 담아낸 가장 솔직한 기록이다.

나와는 평생 무관할 것 같은 단어들이 있다. ‘희귀난치병’, ‘면역치료’, ‘입원’ 같은 것들. 그 단어들이 삶을 비집고 들어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군다나 지금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던 삶이라면?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의 저자 하수연은 또래보다 속도가 빨랐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중학교를 그만두었고 검정고시를 치렀으며 열다섯 살에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3년 후, 졸업 전시 준비에 한창이던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쓰러진 이후로 그의 삶은 한순간에 멈춰 버린다. 백혈병과 비슷한 희귀난치병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것이다. 열여덟 살,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던 순간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 좌절로 방황하던 저자는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검색해도 병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힘들어했던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기록은 총 6년간 저자의 속마음과 이런저런 생각들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완치 판정을 받은 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은 바로 이렇게 탄생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말한다. 절망에 빠지는 대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이미 힘든 상황에서 부정을 곁들여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노라고. 제목 그대로 버리고 싶은 악조건마저 긍정하는 자세 앞에서, 암담하고 외로운 투병 생활은 당연하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과정이 된다. 이 과정과 점점 변화하는 저자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은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을 통해 독자들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출판사는 전한다.

한편, 저자 하수연은 19살에 골수 이식을 받고 두 번째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절대 당연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후에 마주한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서 때때로 살아있다는 사실이 벅찰 만큼 기쁘다. 행복한 일도, 힘든 일도 모두 언젠가는 지나갈 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작은 일에 기뻐하고 큰일에 덤덤하다. 어찌 되었든 살아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매일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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