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라는 난간에 매달려 온 인간 장석주 그가 일생 쌓아 온 ‘사람 공부’의 결정체

[한국강사신문 이승진 기자] 장석주의 인문 에세이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민음사, 2019.6)』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불안과 불확실함 이 가득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우리는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려준다. 저자는 40여 년 동안 시를 써 온 시인이자, 인문학 저술가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출판인으로서 15년 동안 책을 만들기도 했으니 책과 함께해 온 저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인문학적 탐구의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많은 책을 읽고 쓰며 인문학에 몰두했던 사유의 기록을 오롯이 담아낸다. 장서가이자 탐독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이며 다양한 책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하고, 현대의 새로운 인간 유형에 대해 통찰한다. 평생을 읽고 쓰기에 매달린 인간 장석주의 사유를 총결산하는 저작이다.

저자는 격동의 시대를 보내며 혼란을 겪었고, 필화 사건으로 수감되기까지 했다. 이 책의 서문 역시 삶이 위태로웠던 지난날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삶이 뿌리까지 흔들렸던 시절에 그를 지탱한 것은 인문학적 책 읽기였다. 실존적인 고민으로부터 출발했기에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 피부에 밀접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먼 세상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일상을 사유하고 더 나은 하루를 위한 삶에 집중한다. 이런 점에서 2012년의 저작 『일상의 인문학』과 맞닿아 있으면서 사람 공부의 핵심에 다가간다는 점에서 또 다르다. 책 속 곳곳에 그의 진솔한 감정과 따뜻한 성정이 깊이 묻어난다.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책에서 저자가 지속하는 태도, 동시에 독자에게 권유하는 태도가 바로 호젓함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시대라는 파도에 휩쓸리거나 시간의 빠른 급류에 떠밀리고 있다. 저자 역시 젊은 시절의 긴 시간을 시대의 흐름에 그저 휩쓸려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혹독한 표류를 경험한 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자는 ‘호젓한 시간의 만’에 다다른다. 시간의 만에 이르러 잠시 땅에 발을 딛고, 고요하고 외로이 자신의 일상을 사유하는 삶이 바로 저자가 보여 주는 인문학적 삶이다.

저자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우리와 같은 시대와 시간을 공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통찰하는 현대인은 우리 주변의 모습,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만난다. 매일같이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러한 우리 자신의 양태는 쉽게 자각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저자는 그러한 것들을 꼬집으면서 이렇듯 잠시 멈추어 일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함에 관해 이야기한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와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는 것이 저자가 권유하는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다. 현대의 빠른 속도에 지치고, 그저 목적 없이 살아가는 삶에 의문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저자의 목소리가 절실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편, 작가 장석주 시인은 인문학 저술가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정원과 도서관을, 산책과 고전 음악을, 바다와 저녁을 사랑한다. 스무 살 때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 평론이 입선하며 평론을 겸업한다. 스물다섯 살 때 출판 편집자로 첫발을 내딛고 열다섯 해 동안 출판 편집자로 살았다. 편집자를 그 만둔 뒤에는 매체에 글을 쓰고, 대학 세 군데에서 강의를 하며, 방송 진행자로 밥벌이를 했다. 시집 『몽해항로』, 『오랫동안』, 『일요일과 나쁜 날씨』,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등 을 포함해서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일요일의 인문학』,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등을 썼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