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금수저되다] 우성민의 흑(黑)수저 경영학

[한국강사신문 우성민 칼럼니스트] “혹시 요즘 할 일이 없나요” 나는 기획서를 만들어 오는 직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획서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할 때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들은 대부분 자신이 모르는 내용을 기획서에 담아 미리 보고해주기를 바란다. 바쁜 대표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업무의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기획서를 없앴다.

대부분 구두로 기획 회의를 진행하며,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모니터에 띄워 공유하도록 한다. 이때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자료를 사용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사한 자료인 경우 인터넷 창을 띄워 검색한 결과 그대로 띄워놓고 회의를 진행한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시안 작업 전에 참조할 만한 디자인이나 질감을 모니터에 띄워 놓고 이해하기 쉽도록 회의를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 손으로 그린 대략적인 스케치 도안을 보여주기도 한다. 회의를 위한 준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나 또한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나의 생각을 손으로 적거나 그려서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획 회의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지,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기획서를 만들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되면 거래처에 줄 제안서를 만들 때 어렵지 않나요”

“제안서 요구하는 곳과 거래 안하면 되죠.”

나의 업무방식을 염려하는 대표들에게 농담 삼아 이렇게 답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동안 정말 많은 기획서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얼마나 많은 기획서들이 실체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되는지 잘 알고 있다.

만약 상대 회사에 전달할 기획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엔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내용만 기술해 제출한다. 심지어 대기업에 제출하는 제안서라 할지라도 될 수 있는 한 표지를 제외하고 세 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한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제안서는 분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발표할 때 이야기하면 된다. 제안서 안에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면 짧은 분량의 제안서로도 거래는 충분히 성사된다. 어차피 통과되지 않을 제안서라면 길게 쓴다고 해서 통과되지는 않는다.

기획서가 없는 우리 회사의 아이디어 회의는 아주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기획서를 없앴더니 직원들이 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적극적으로 일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직원들은 “기획서 제출하세요”라는 대표의 말 한마디에 위축되고 부담을 갖는다.

처음엔 번뜩이던 아이디어도 기획서라는 틀 안에 들어가는 순간 그 빛을 잃는 법이다. 그런데도 대표들은 기획서라는 형식으로 정리된 아이디어를 바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기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할 것이 뻔한데, 당신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싶겠는가? 그러니 직원들로부터 번뜩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기획서를 없애는 것이 좋다.

※ 참고자료 : 우성민의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스노우폭스북스, 2018)』

 

우성민 칼럼니스트는 네트론, 네트론 케이터링, 라오메뜨 3개 회사의 대표다. 대표저서로는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이 있다. 가비아,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판매전략’을 강의하고 기업, 대학원, 대학원 등에서 ‘흑(黑)수저 경영학’을 강연하고 있다. 또한 67년 전통, (주)쓰리세븐상사 온라인 판매전략 고문(허스키 뉴욕 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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