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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필자가 아는 모 대기업 B부장은 홍보실에 근무하면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편이였다. 경제계와 법조계 거물들, 간간히 TV에 출연하는 유명인사 등 이름 석 자만 대면 아는 사람들의 명함을 그는 줄줄이 가지고 다녔고 은근히 명함 속 인맥을 자랑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자신이 무슨 든든한 후원자나 스폰서를 얻은 듯.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먼 고향까지 내려와 문상한 사람들은 그저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관계된 주변 사람들뿐이었다. 자신의 자랑거리였던 그 많은 사람들 중 극소수만이 사람을 시켜 조의금을 전달하고 조화를 배달한 게 전부였다. 그는 인맥을 가지지 않고 단지 명함만 가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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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과장도 그랬다. 회사에서 인력개발 부문에서 일할 때 10년간 제법 많은 인맥을 형성했다고 자부했었다. K과장은 그들을 소중한 인맥으로 여겨 정성껏 일을 도와줬고 비즈니스에서 서로 윈윈관계를 유지했다. 인력개발업무를 하면서 프리랜서 강사를 꿈꾸며 차후 독립을 한다고 했을 때도 그들은 밖에 나가서도 계속 돈독한 관계를 다지자며 거꾸로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약속까지 해서 K과장은 적잖은 감명마저 받았다.

그러나 정작 K과장이 회사를 그만두고 대기업 주 실무자에서 일개 프리랜서 강사로 변했을 때 그들도 함께 변했다. 도와주겠다던 많은 사람들 중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주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아마 대부분 K과장의 명함을 버렸을 지도 모른다. 특히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비즈니스 파트너 인맥들은 K과장에게 더더욱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정승이 잘나갈 때는 그 집의 키우던 개가 죽어도 문상을 오고, 정승이 날개를 잃었을 때는 정작 본인이 죽어도 문상을 오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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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친분 없이 받은 명함은 연예인의 명함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내가 그 연예인의 이름을 알지만 상대방은 전혀 모르는 경우처럼, 내가 그 사람을 알아도 상대가 알지 못하는데 그게 무슨 인맥인가? 마찬가지다.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연락처를 비롯한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린 대량의 관계 사슬은 표면적인 인간관계일 뿐 인맥이라고 보기 어렵다.

진정한 인맥은 명함을 갖고 있지 않다. 친한 인맥은 그저 머리수만 채우는 가지치기 식 관계구조가 아니다. 진짜 인맥은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다가 가끔씩 통화버튼을 눌러보는 사람들이며, 연락처가 머릿속 메모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 보라. 페이스북에 몇 단계로 설정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보라. 과연 그들이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득실을 가늠할 명분도 없는 여러분을 반겨줄 것 같은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형식적으로 명함을 주고받고 온라인상에서만 인맥지도를 넓혀가는 현실 속에서 받은 명함, 기록된 정보를 소중한 인맥으로 관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명함은 받아서 고이 모셔놓거나 스마트폰과 SNS상에 친구숫자 표시를 늘이는 대외 전시용인 경우가 허다하다. 나중에 명함을 보고 알아주기만 해도 다행이고 가끔씩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만 해도 선방이다.

질보다 양적인 화려한 명함과 SNS에 함께 속한 군중들이 진정한 나의 인맥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내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 조건부를 충족시켜야 한다. 결국 나에게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인맥은 허울뿐인 인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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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의 ‘파레토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상위 20%가 전체 80%의 효과를 낸다는 것인데, 이는 인맥에서도 똑같이 통용된다. 상위 20% 알짜배기 인맥만이 진정한 인맥이고 80%는 시쳇말로 ‘허당’ 인맥인 것이다.

내가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 받은 100장의 명함은 이직 시 그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그중 80%(80명)는 아마 도망을 갈 것이다. 나머지 20%(20명) 인맥이 그럭저럭 유지되는 인맥이고, 나머지 20%(20명) 중의 20%(4명)만이 핵심인맥이 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현재 보관하고 있는 나의 인맥이 껍데기인맥이 아닌지 자문해 보자. 명함이나 휴대폰에 입력된 전화번호 가운데 정말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내가 어려울 때 언제 어느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부탁하면서 실례가 아닐까 걱정이 되지 않고 경조사에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올 수 있는 그런 명함과 SNS 친구 프로필을 몇 개라도 간직하고 있다면 가히 성공한 인맥관리라고 할 수 있다. 누구를 알고 있느냐가 아닌 얼마나, 어떻게 알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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