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이 책 『한때 구름이었다(문학수첩, 2019)』는 빈 오선지에 ‘울음’을 그려 넣는 시인 방수진의 첫 번째 시집이다. 우리는 모두 한때 ‘무엇’이었다. “구름이었다가 비였다가 문이었다가 벽이었다가 선이었다가 점이었다가 너였다가 나였다가”(「시인의 말」 중에서), 결국 또 다른 무엇이 된다.

시간과 바람에 풍화되는 존재인 우리는 영영히 고정된 무엇으로 남을 수 없어 자꾸만 다른 무엇이 되어 간다. 그 변모 과정은 비록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 우리는 그렇게 변해 간다. 몸을 뒤채며 무엇에서 무엇으로 바뀌어 가는 존재의 변이를 포착한 시인이 있다.

200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온 방수진 시인이다. “시적 대상을 장악하는 힘이 뛰어나”(이문재)다는 평을 받으며 시 「창고大개방」으로 등단한 그녀는 당선 소감에서 “세상 모든 곪아 터져 가는 것들을 가슴에 품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방수진 시인을 부르는 말은 여럿이 있다. 누구는 그녀를 ‘중국 읽어 주는 시인’으로 부른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 문학을 번역하는 일을 해 온 ‘중국통’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EBS [세계테마기행] 중국 음식 기행 큐레이터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이들은 그녀를 뮤지컬 공연까지 한 연극배우로, 어떤 이들은 문학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시인&뮤지션 통섭 융합 프로젝트 밴드 ‘시인의 정원’의 리더로 기억하기도 한다.

‘시인의 정원’ 밴드 활동을 통해 그녀는 ‘시’가 ‘노래’가 되고 ‘이야기’가 되어 흘러가게 하는 일의 새로운 시발점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중국 유학 시절과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이국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사연들을 기사, 칼럼, 에세이 등으로 오롯이 담아내는 영역 확장도 시도하였다.

이렇게 등단 후의 10여 년을 결코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기에 그녀의 시집은 풍부한 ‘서사’를 담은 책으로 어엿이 태어날 수 있었다. 기자로, 카피라이터로, 뮤지션으로, 그리고 1인 크리에이터로 종횡무진 활동해 온 방수진 시인. 더욱이 그녀는 자신의 취미가 ‘달리기’, 특기가 ‘중국어와 일본어로 지하철 안내 방송 멘트하기’라고 말한다. 숨길 수 없는 끼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녀의 시집 역시 마찬가지다.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여문 시어들이 알알이 들어찬 이 책은 시인의 첫 시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성긴 구석을 도무지 찾기 어렵다.

등단 이후 10년이 넘도록 시의 집을 설계하고 내실을 채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녀는 개개의 시에 저마다의 목소리를 입히기 위해 온 감각을 열고 시 너머의 영역으로 성큼 나아갔다. “한때 구름이었던” 그녀는 시집을 통해 이제 또 무엇이 되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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