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복주환 칼럼니스트] 필자는 절대로 책을 깨끗이 읽지 않는다. 물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어쩔 수 없겠지만 서점에서 산 책이라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작정으로 읽는다. 1만 원짜리 책이라면 100만원의 가치를 얻겠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책을 읽는다. 독서를 할 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 여백에 생각을 기록하거나 밑줄을 치며 책을 읽는다. 책이라는 것은 책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알맹이가 중요하다. 알맹이는 열매다. 열매를 먹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책에 기록하는 과정은 껍데기를 벗기는 것과 같다. 책에 여백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생각을 하고 기록하라는 뜻이 아닐까? 메모를 할 때는 나만의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우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글귀는 밑줄을 친다. 그리고 내가 왜 밑줄을 쳤는지 관련된 메모를 한다. 만일 그 내용이 웃긴 글이라면 ‘ᄏᄏ’ 라고 적을 때도 있고, 나에게 공감을 준 글이라면 ‘공감한다’고 적기도 한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있으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솔직하게 기록을 한다.
일기도 적고 아이디어도 기록한다. 필요하다면 그림도 그린다. 밑줄을 치고 내용을 적을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이 생각을 했느냐를 기록해 두는 것이다. 밑줄 밑에 ‘2017년 3월 8일 3시’ 이런 식으로 언제 이 생각을 했는지 기록해 둔다. 그렇게 해놓으면 1년 뒤, 2년 뒤, 3년 뒤 책을 다시 볼 때 당시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현재는 생각이 얼마나 성장했고 발전했는지 알게 된다. 밑줄과 메모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떠오르게 되고 거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추가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 여백에 무언가를 기록할 때는 반드시 책에 대한 내용을 기록할 필요는 없다.
필자의 경우는 강의에 대한 아이디어 혹은 행사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책을 보며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도 여백에 기록을 한다. 책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생각이라도 기록을 한다. 책과 관련 없는 내용을 여백에 기록한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더 활성화되고 떠올랐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나에게 좋은 책일수록 지저분하다. 나의 생각이 빼곡히 적혀있기 때문이다. 밑줄 치고 생각을 기록하고 본문을 접어놓기도 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기도 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생각하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에 목적을 두지 말자. 책을 읽어서 생각을 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 그것에 집중하자. 책을 읽다 떠오른 생각을 책 여백에 기록해보자. 생각이 책에 쌓이는 순간 당신의 인생은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