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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재은 칼럼니스트] 나의 하루는 108배로 시작한다. 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내 몸과 마음이 세상과 만나는 것이 108배이다. 108배를 하다보면 이웃 미타사에서 목탁소리, 때로는 닭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이름 모를 새소리, 풀벌레소리가 아침을 깨우기도 한다. 순간 내가 살아있음에, 새소리, 바람 한 줄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절로 찬탄이 일어난다.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 느낌인가. 문득 머언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만난 수필가 이양하 선생의 ‘신록예찬’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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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펴낸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사람예찬’이다. 인생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각자의 느낌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이런 저런 사연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 녹아있는데 하나같이 좋은 관계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힘을 주고 응원을 해 준 사람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뜬금없이 예찬을 늘어놓는 것은 스스로 새해부터 ‘예찬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50이 훨씬 지난 삶을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불평이나 불만, 비난의 삶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프랑스 소설가 투르니에는 이야기했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며, 그와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우정은 예찬하는 가운데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알고 있겠지만 ‘예찬의 삶’이 그리 쉽지가 않다. 이 또한 습관의 결과인데다가 마음을 열고 온전하게 다가가지 않으면 금방 불평과 비난의 늪에 빠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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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면 다른 것, 새로운 것이 보인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타성에서 벗어나 아이의 다른 것,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전혀 다른 엄마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유홍준 교수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가 그대로 나의 것이 된다.

마음을 열고 온전하게 내 곁의 사람을 바라보고 세상을 그대로 느낄 때 바로 예찬이 일어난다. 우리 삶엔 예찬할 것이 너무나 많다. 신록예찬, 사람예찬은 물론 청춘예찬, 자연예찬, 생명예찬에 결국 행복예찬, 인생예찬으로 이어진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예찬은 행복으로 가는 물꼬이다.

예찬은 끝없이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회귀하는 마법 같은 것이다. 함께 행복해지는 ‘행복의 선순환’의 원리가 녹아있는 것이다. 예찬의 삶은 매일매일 세렌디피티를 잉태한다. ‘뜻밖의 즐거움’이 내 삶이 되어 나와 함께 가는 친구가 된다.

새해엔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을 위해 ‘예찬’의 길에 나서면 참 좋겠다. “나 그대를 예찬했더니 그대는 백배나 많은 것을 돌려주었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다시 트루니에의 말이다.

무술년 새해엔 덜 불평하고 덜 비난하고, 더 많이 예찬하리라. 그 예찬의 삶에 공감하고 배려하고 인정하는 삶이 덤으로 따라붙으면서 절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찌 삶을,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출처 : 교차로 신문 ‘아름다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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