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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애 대충 흑역사조지희가 말하는 행복한 결혼이야기(7)
                                                   <사진=pixabay>

[한국강사신문 조지희 칼럼니스트] 사랑하기에 적당한 때라는게 있을까?

스무살 중반쯤 되었을까.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된 k. 얇은 눈웃음이 사고 치기 직전의 네 살 장난꾸러기를 묘하게 닮았다. 둘이 따로 만나게 된 계기는 희미한데 그가 그랬든가, 내가 그랬든가, 맘에 있음을 내포한 추파를 살짝 던졌던 것 같다. 그 후 몇번 만났다. 당시 대기업 개발자였던 그는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중이었고 지금은 사랑보다 진로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원하는 길로 정해지면 그때 사귀자고도 했다.

지금 같으면야 ‘딴데 가서 알아봐라’ 일갈하고 뒤도 안 돌아봤겠지만, 그때는 너무 숙맥이었고 지나치게 순진했다. 그의 미래를 위해 고민했고 그의 진로를 놓고 기도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미쳤지 싶은 것이 나에게 맘이 없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쳤는데 그때는 몰랐다. 등신같이.

                          <사진=pixabay>

증거1. 돈을 안썼다. 워낙 짠돌이기도 했지만, 참고로 직장생활 몇년 하지도 않은 그때 벌써 1억 가까이 모았다며 자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뻥 같은데 그건 그렇다치고. 스포츠카 사는게 꿈이라나 뭐라나. 신세같지도 않은 신세 한번 진 적 있어 내가 밥 한번 사고 밥 먹은 기억이 없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선 백 번 본 사람처럼 3시, 4시 애매한 시간에 만나자 했다. 여의도 불꽃놀이 보러 가자더니 불꽃만 보고 왔다. 돈 가는 데 마음 있고 마음 가는 데 돈 간다. 그날 이후로 아웃. 연락을 끊었다.

                                          <사진=pixabay>

증거2. 상황 될 때 사귀자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게 무슨 사이지, 애매할 때가 있다. 사귀자, 만나보자, 연애하자, 관계규정없이 구렁이 담 넘듯 은근슬쩍 이쪽 저쪽 넘나들다 책임질 상황이 오면 발뺌하는 족보 없는 그들. 맨질맨질 느물느물 벗어논 구렁이 허물같이, k가 그런 부류다. 심심하면 문자 툭툭 던지고 갑자기 만나자 연락하고 만나면 은근한 눈빛으로 추파 던지고 어느 날 밤엔가는 물 흐르듯 키스까지 시도했다. 이 무슨 시추에이션. 지금은 만날 상황이 아니라는 빌게이츠 대출받는 소리나 해대며 뭔가 육체적 썸을 타려는 시도는 사춘기 소년소녀들만큼이나 유치하다. 괜찮은 상대는 Yes/No가 명확하다. 은근슬쩍 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거절안하는 그네들, 사절이다.

                                      <사진=pixabay>

근데 내 아무리 쑥맥이고 지나치게 뭘 몰랐다해도 밥도 안사고 핸드폰 걸게 만들고 사귀자 말도 없는 그의 수작을 왜 뒤늦게 알아챘을까. 분석해보니 첫째, 내 안에 허영, 그것이 문제로다. 그들은 차마 내치기 어려운 비주얼과 매력, 좋은 스펙을 갖고 있다. 놓치고 싶지않다. 잘 잡아 올 크리스마스 만큼은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 나도 괜찮은 녀석하고 연애할 수 있는 괜찮은 여자다, 만천하에 알리고 싶다는 허영심에 눈을 가렸다. 둘째, 연애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는 여우짓 할 생각도 타이밍도 못 잡는다. 이미 수작을 눈치챘을 땐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치즈 인 더 트랩, 딱 쥐덫의 쥐다. 정신차리고 보면 상대가 이끄는대로 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방법 없다. 이건 온전히 겪어내는 게 답이다.

수영 배울 때 팔은 팔 돌리기와 팔 꺾기가 있는데 팔 돌리기는 풍차처럼 돌리며, 팔 꺽기는 물속에서는 젓고 물 밖에서는 물과 팔이 정삼각형이 되게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팔을 꺽을 때 손목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 다리는 쭉 뻗은 상태로 힘차게 물을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빠르게 차면 되고 다리 힘을 기르고 싶으면 오리발을 끼고 하는게 좋다. 이론 백번 공부한들 물속에 들어가 자맥질 몇번 하면 게임 끝이다. 사랑도 다르지않다. 경험이 필요한 영역은 경험의 몫으로 남겨두자. 좀 서투르겠지만 아프기도 하겠지만 오롯이 겪어낸 그 힘만큼 더욱 성장하고 지혜로워질 것이다.

                                               <사진=pixabay>

나중에 본인 상황되면 사귀자면서 수시로 연락해대는 그들은 ‘사귈 정도까지 맘에 들지는 않아, 하지만 어떻게는 해보고 싶어’, ‘책임지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어떻게는 해보고 싶어’ 정도로 정의내릴 수 있겠다. 혹시 주변에 유사한 성향의 누군가 있다면, 같이 어떻게 해볼 요량이 아닌한 일찌감치 피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 참고문헌 : <결혼공부(라온북2016)>

 

조지희 칼럼니스트  yyuld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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