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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쟁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고 여기에 전문적이고 기술적 의미가 포함된다면 ‘그와 관련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장이’라는 말을 쓴다. 욕심쟁이지만 욕심장이는 아니고 미쟁이가 아닌 미장이 인 것이 그 예이다. 한마디로 '쟁이'보다는 '장이'가 더 고수인 셈이다.

수많은 세월을 그 일 또는 해당 부분에 종사를 했다면 우리는 그들을 ‘장이’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기업인도 그렇고 교수도 그렇고 군인도 정치인도 그렇다. 장이는 전문가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기업인 또는 군인이 정치인이 되고 교수가 기업인이 된다면 이는 장이를 포기한 쟁이 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듯 일생동안 장인정신처럼 살아온 '장이'의 인생이 대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주변을 보면 그 분야에서 촉망받고 인정받는 ‘장이’들이 섣부른 부푼 기대감과 과욕을 부려서 스스로 ‘쟁이’로 전락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우려되고 비관적인 현실은 그 분야에 비전문가가 요직에 앉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이다.

오랫동안 IT(정보기술)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프로그램 전문가가 어느 날 갑자기 정치에 입문한다. 그리고 윗분(?)에게 잘 보여 승승장구, 한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의 수장이 되었다. 그는 몇 십년동안 내로라하는 교육의 전문가들의 건의와 반대를 뒤로하고 교육개혁을 하겠다며 무리한 교육정책을 추진한다. 결과는 시행착오의 연속, 계속 오락가락 뒤바뀌는 교육정책에 일선학교는 혼란을 거듭하고 사설학원들만 난무한다. 학생들과 부모들은 가슴에 멍이 들고 각종 정책은 누더기가 되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섣부른 쟁이가 장이를 휘둘러 망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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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오랜 기간 교단에 선 달변의 강사나 교수가 해야 하고 기업경영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직장인이 해야 하고 정치는 그래도 정치 단수가 높은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사이비 ‘장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알고 대처했으면 한다. 이런 장이로 위장한 쟁이들의 어설픈 활동으로 말미암아 큰일을 치르게 된다.

또한 멀쩡하게 일 잘하는 장이들이 유혹에 빠져, 그 분야에 장이다운 장이에서 다른 곳의 쟁이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자고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 섣부른 결심에는 신중해야 한다. 갑자기 쟁이가 된다면 이제껏 장이다운 모습에 존경하고 추종해온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만다.

리더라면 특히 그 일을 전문 장이들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이 따위 행동 하지 말고 진정한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를 거친 후 적재적소에 장이들을 배치시켜야 한다.

사람들의 진정한 ‘장이’를 인정하고 평가하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기득권 ‘장이’들에게 아무리 염증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저 이미지 좋다고 검증 없이 중요한 시험대에 설익은 ‘쟁이’를 올려서는 안 된다. ‘쟁이’ 재목감이 어느 순간 ‘장이’로 탈바꿈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건 한낱 기대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수년 동안 치러진 선거에서 우리는 이러한 어설픈 장이들을 실험만 하고 당하기만 하지 않았던가?

괜한 우쭐한 심리에 여태껏 쌓아놓은 ‘장이’의 명성을 포기하고 ‘쟁이’로 가려는 사람들은 그 길이 권력이나 명예욕이 아닌가를 생각하도록 하자. 중요한 자리를 전문장이보다 친숙한 쟁이로 채우려는 사람들은 그러한 결정이 경영을 그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도록 하자.

장기적으로 꾸준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장인정신이 충만한 장이, 모두에게 인정받는 장이, 이제 ‘장이’만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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