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수백 권의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어려운 경제 용어나 이론도 아주 수월하게 이해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읽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

일례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에 따르면 화폐는 향후 10년 내로 쓸데없는 종잇조각이 될 거라고 했다. 미국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3번의 양적완화를 했는데, 그중 3번째 양적완화는 2012년 9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지속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이 되지 않자 화폐를 인위적으로 공급한 것이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뜻하는데,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최근 몇 년간 엔화 환율이 떨어져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본 역시 엔화의 가치를 낮춰서 이익을 거두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렇게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빚이 없는 것보다 오히려 빚을 가진 국가, 기업, 개인이 더 유리해진다. 천만원의 빚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시중에 화폐량이 많아지면 모든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임금도 올라가게 된다. 돈을 빌리던 당시와 현재, 천만원의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니 예전에 빌린 천만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돼서 갚기가 쉬워진다. 금융위기 이후 곡물,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 역시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닌 인플레이션, 즉 화폐가치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달러 유동성(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을 만들어냈고, 2018년 현재는 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그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미국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약 3%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미국의 금리를 결정하고 달러를 공급하는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 정부기관이 아닌 사립 은행이다. 트럼프가 금리 인상을 비판해도 마음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이유다.

양적완화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려놓고 왜 다시 금리를 올리는 걸까?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로, 모든 물가와 자산가치가 급격히 올라가서 자칫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것은 그럴싸한 대외명분에 불과하다. 현재 달러가 부족한 신흥국들이 줄줄이 금융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을 보니, IMF가 1998년 우리나라에게 했듯이 ‘고금리 달러장사’를 할 모양이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또 다른 수입이 생기는 기축통화(국가 간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라는 대단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지금 이 대목을 읽으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양적완화니 기준금리니 이게 무슨 말이야 휘둥그레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괜찮다. 나 역시 처음 경제 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랬다. 예전 같으면 ‘이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수백 권의 경제서를 읽고 경제기사로 공부하며 어느 정도 경제의 개념이 잡힌 뒤에 읽으니 그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다. 화폐가치가 점차 사라진다면, 역시 부동산 같은 실물에 투자하는 것이 답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번 가진 것이다. 여러분도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어떻게든 계속 끝까지 읽어가는 연습부터 한다면, 언젠가는 이런 책들 앞에 주눅들기는커녕 스스로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는 경지에 올라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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