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산시청>

[한국강사신문 이미숙 기자] 부산시립박물관(관장 송의정)은 2017년도에 실시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산61번지 일원의 배산성지 1차 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배산성지(부산광역시 기념물 제4호)는 배산(서봉 254m, 동봉 246m)의 7부 능선과 골짜기를 두르는 산성(包谷式山城)으로, 부산의 중심지가 대부분 조망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입지하고 있는 삼국시대 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보고된 2기의 집수지(集水址)는 모두 원형으로 3단의 계단식 호안석축(護岸石築, 집수지 붕괴방지를 위해 쌓은 석축구조물)으로 쌓았다. 집수지의 구조는 기장산성, 거제 둔덕기성, 남해 대국산성, 남해 임진성 등 남해안 일원의 6~7세기대 신라 산성의 것들과 동일한 구조인데, 이번 보고를 통해 배산성지 집수지 2기는 국내 원형집수지 중 최대급에 속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1호 집수지는 직경 18.6m, 깊이 5.5m, 2호 집수지는 직경 16.4m, 깊이 4.6m에 이르는 것으로, 대형인 만큼 고대의 토목기술이 집합되어 축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1호 집수지는 연구 결과, 일정한 간격에 의해 중심을 공유하는 원과 정사각형이 각각 내접 및 외접하며 구축된 것으로, 당시의 정밀한 설계를 통해 제작되었음이 밝혀졌다.

2기의 집수지 내부에서는 1,500년 전 삼국~통일신라시대의 그릇, 항아리 등 생활용 토기 등이 다종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 중 배산성의 축조 연대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유물로는 부산 최초로 발견된 목간, 차양막의 일종인 대나무로 만든 발 등이 확인되었다.

출토된 2점의 목간 중 2호 집수지에서 출토된 목간은 길이 31cm, 너비 6cm의 것으로 한 면에만 먹으로 쓴 글씨가 남겨져 있다. 목간의 내용은 거칠산군 산하 대판고촌(大板古村)의 곡물 등 입출(入出)을 을해년 2월에서 4월을 중심으로 한 분기에 점검 정리한 창고의 장부문서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을해년(乙亥年, 555년, 615년, 675년 중 하나로 추정)」이라는 간지를 통해 목간의 작성 연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사진=부산시청>

1호 집수지 바닥에서 확인된 대나무제 발은 길이 254cm, 너비 123cm의 것으로 대살 부분에서는 목섬유가 관찰되어 재질이 대나무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와 함께 당시 군인들이 사용하던 천막을 고정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327㎝, 두께 5.5~8㎝의 네모진 나무기둥도 확인되었다. 이 나무기둥은 분석결과, 재질이 단단한 상수리나무류의 참나무로 판명되었다. 또한 나이테연대 및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법에 따른 분석결과, AD 446년에서 AD 556년 사이에 베어 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보고를 통해 목간과 네모진 나무기둥의 추정 연대가 밝혀져, 기존에 알려져 있던 배산성의 축조 연대를 조금 더 올려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배산성지가 축조될 무렵 부산지역에 관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지리지의 기사를 들 수 있는데, 신라 경덕왕 16년(757) 12월에 거칠산군을 동래군으로 개명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보고된 배산성지의 유물은 중심연대가 6세기 후반~7세기대로 편년되는 것으로, 배산성은 동래군이 설치되기 이전인 거칠산군의 치소성(治所城)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집수지 배후 퇴적층과 주변에서는 6세기 중반 이전의 유물도 출토되고 있어 축성시기가 가야시대로 소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산성 일대에 대한 연차적인 정밀발굴조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시립박물관 관계자는 “배산성지는 부산지역 고대산성의 발생과 전개 과정을 밝혀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삼국시대 부산지역에서 신라의 영향력 증대와 통일신라·고려시대의 동래고읍성을 포함한 부산의 성곽유적에 대한 유기적인 역할과 성격을 밝혀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한 “향후 보존처리가 완료된 대나무제 발을 비롯한 배산성지 출토유물에 대한 전시도 기획하고 있으니 시민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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