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새라의숲>

[한국강사신문 민아미 기자] 이 작은 책에는 8명의 젊은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심히 거리를 걷다가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듯한 그들이 세상을 향해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진정성 있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정선의 청춘들, 청아랑몰에서 세상을 다시 쓰다!

각자 영위해온 시간은 다르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곳은 정선의 ‘청아랑몰’이다. ‘청아랑몰’은 ‘청춘’과 ‘아리랑’의 합성어로 2018년 11월에 개장한 신개념 청년 점포이다. 청년 실업률 7.3퍼센트, 청년 실업자 31만 명 시대(2019년 12월 기준)에 ‘청아랑몰’은 창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또한 정선이라는 지역특성을 살려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점포를 통해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임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까닭에 ‘청아랑몰’에 둥지를 튼 그들의 눈은 열정으로 반짝거리고, 그들의 가슴은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청아랑몰 8인의 청년상인들 중 '김담희(대지약초): 약초로 100년 가업을 꿈꾸다' <사진=새라의숲>

"약초는 사람에게 유익함을 제공하고 힘이 되어 준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15쪽)

"가끔 TV나 신문 등 언론에서 귀농한 사람들이 시골 텃세에 밀려 꿈을 접고 다시 도시로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는데, 이곳 정선은 다르다. 한 집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들일 정도로 작은 동네지만, 그들은 아주아주 추운 한겨울에 모락모락 김을 피어 올리며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같은 따듯한 마음을 가졌다." (60쪽)

"오빠는 ‘운기석’을 닮았다. ‘운기석’은 색감부터 따듯한 기운을 풍긴다. 하지만 가공해서 그 예쁜 속내를 드러내기 전까지 ‘운기석’은 그냥 울퉁불퉁한 돌 일뿐이다. 갈고닦아 요리조리 꿰고 엮으면 완전히 다른 보석이 된다. 오빠도 내게 그런 사람이다." (78쪽)

"사람은 천태만상이다. 생긴 것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단단히 마음먹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느긋하게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성공했다고 해서 그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99쪽)

청아랑몰 8인의 청년상인들 중 '이민경(운기석&라이프): 건강한 보석 운기석으로 인생도 반짝거리게' <사진=새라의숲>

"예전에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면 어딘가 허전하고 쓸쓸했는데, 이제는 우리 세 아이가 있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지가 않다. 아파서 외면당하던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듯해진다. 아무 말 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오늘 하루도 잘살았다는 듯이 고양이들이 다가와 곁에 눕기도 하고, 비비적거리기도 하면서 힘을 북돋아준다. 세 아이는 어느새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108~109쪽)

"내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우주당’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 교감할 때이다. ‘우주당’에 진열해놓은 물건들로 인해 고객이 발걸음을 하고, 그 고객과 함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통점을 발견하거나 어떤 부분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면 희열이 느껴지고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152쪽)

청아랑몰 8인의 청년상인들 중 '박소현(트리앤팜): 사람 울타리에 둘러싸인 따듯함이 빚어낸 사과청' <사진=새라의숲>

그들은 기회가 왔음을 알았고, 잡았고, 그리고 버텨냈다!

책 표지를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인 여덟 명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환하게 살아 있다. 전혀 그늘이 느껴지지 않는 그들을 보면 평탄한 시간을 살아온 듯하다. 어쩌면 미래에 대한 걱정조차 던져둔 듯싶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짓게 되기까지 그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때로는 좌절했으며,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든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정도로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물론 물질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이뤄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한 삶이라는 터널을 거쳐 온 청년들이 또 다른 청년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시대의 젊음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라 표현할 정도로 찾기 힘들고, 그나마도 비정규직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결혼하기도 힘들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기도 힘들며,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은 아예 꾸어보지도 못한다. 오죽하면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짧지 않은 인생을 아무렇게나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누군가는 성공을 이뤄내고, 또 누군가는 미래를 준비한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주어진 환경에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꾼 사람들이다. 세 마리의 유기묘를 키우며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은 고객에게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밤에는 야간 대리운전을 한다. 아직 가게가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이다. 2대째 약초 가게를 하는 친구는 몸이 아픈 고객에게 약초를 보내면서, 요청하지 않은 몸에 좋은 다른 제품까지 보내준다. 또 다른 친구는 산골 마을에 살면서 환경에 눈을 뜨게 되어 플라스틱이나 자연을 해치는 제품을 멀리하면서 환경지킴이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청아랑몰 8인의 청년상인들 중 '김수래(꼼지락 행복공작소): 행복을 만들어가는 공방, 꼼지락' <사진=새라의숲>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남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되기를 바라면서 체험 공방을 하는 친구도 있고, 맛있는 사과 한 알에 반해 귀농해서 과수원을 하며 사과청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시골 인심과 사람들의 정(情)에 푹 빠져 사는 친구도 있다. 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선에서만 생산되는 운기석에 반해 그것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고, 동강할미꽃을 비롯해 정선의 야생화를 이용해서 향기 브랜드를 키워가고자 하는 친구도 있으며, 그냥 마카롱이 아닌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즐기는 모두롱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친구도 있다.

이들의 치열하고 멋진 삶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말한다. 원하는 일을 찾고, 노력하고,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고. 그리고 기회가 왔다면 바로 잡아채고, 무조건 버티라고. 그러면 달디 단 열매가 열릴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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