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한국 사회에서 소통이 큰 과제라는 건 수많은 언론과 식자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 누구나 알고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시장 바닥에까지 ‘우리나라는 소통이 안 돼서 문제’라는 이야기는 귀가 아프게 되풀이돼왔다. 그런데 이런 질타와 반성이 있은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소통의 소자도 잘 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서 <소통의 무기(개마고원, 2017)>는 한국 사회가 실제로 소통이 잘될 만한 구조와 조건이 아니고, 국민들도 소통에 대해 별 생각과 의지가 없으면서 그저 소통 부재를 한탄만 한다고 지적한다. “‘소통의 부재’는 그 자체로 원인이기보다는 결과이자 증상”인데, 문제의 원인을 해명하고 고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무턱대고 소통을 구호로 외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알고 사회를 바꿔나가는 일이다.

일찍이 한국을 ‘대중매체 사회’로 정의하고 사회 전반의 소통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가 이 책에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망라해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이론 몇 가지를 안다고 해서 우리의 소통 능력이 향상될 거라는 순진한 기대에서가 아니다. 하지만 소통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무엇이 소통을 가로막는지 그 이유는 뭔지 알아야 변화를 바랄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 책이 ‘소통 대한민국’을 만드는 ‘소통의 무기’를 제공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왜’라는 의문사로 시작하는 95개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왜 우리 사회의 문제는 늘 ‘소통’인가?” “왜 일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을까?” “왜 인터넷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가?” 등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에는 두 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다. 첫째, 커뮤니케이션 이론들이 구체적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되기에, 독자들이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더 궁금한 부분을 먼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우리가 ‘왜’라고 물었을 때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넘어 문제의 깊은 원인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왜?’라는 질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신과 반대되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추상적 사고를 유도한다.

책 속에선 “사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보려고 하는 우리의 성향은 집요하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그 당사자들을 비판함으로써 그 일의 원인마저 그 사람들 때문이라는 식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데, 이게 옳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람 탓만 하는 식의 해법은 그런 일들이 사람만 바뀐 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p12)”라고 한다.

저자 강준만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논객의 한 사람, 직선적이고 도발적이고 감각적인 구어체 문장으로 논쟁 상대를 인정사정없이 짓밟아 버린다. 지역차별, 학력차별, 남녀차별 등 모든 형태의 차별과 연고주의, 패거리 문화를 혐오하며, 지식인의 기회주의로 판단되는 언행들을 제1의 논적으로 삼는다. 그가 펴내는 1인 잡지 『인물과사상』은 1만명의 정기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강준만의 눈으로 세상을 읽고, 강준만의 가슴으로 느끼며, 강준만과 함께 분노하고 감동하는 그의 충실한 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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