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신동국 칼럼니스트]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 두 권 있는데, 어떤 책은 쉽게 느껴지고 다른 책은 어렵게 느껴진다. 무슨 차이일까? 바로 예화의 차이다. 예화가 없으면 책이 무미건조하고 딱딱하다. 반면에 적절한 예화가 풍부하면 이해하기 쉽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같은 주제를 다루는 강의라도 어떤 강사는 아주 쉽게 설명하는 반면, 어떤 강사는 너무 어렵게 전달한다. 역시 예화의 차이다. 예화가 없으면 강의가 무미건조하고 딱딱해진다. 그래서 예화는 강의를 살리고 죽이는 키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예화가 없으면 지식을 나열하는 강의가 되어 흥미가 반감된다. 거꾸로 예화를 곁들여 전달하면 뜻풀이가 잘되어 학습 효과가 올라간다. 핵심 메시지가 예화와 함께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적절하게 곁들인 예화는 청중에게 매우 설득력 있고 효과적인 표현 도구가 된다. 그래서 감히 말해본다.

“예화 없는 강의는 죽은 강의나 마찬가지다!”

과학 분야를 다루는 어느 강사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나는 과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래서 이과에 못 가고 문과에 갔다. 그런데 이 강사를 진즉에 만났더라면 이과에 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딱딱한 과학을 사례를 들어 매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런 식이다.

강사가 한 남학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둘만 말해볼래?” “히히히, 수지하고 아이유요.” “고놈 욕심도 많네. 그럼 수지하고 아이유가 네 양옆에서 팔짱을 끼고 걷는다면, 그 팔짱을 놓고 싶겠니?” “미쳤어요? 절대 안 놓죠.”

“그렇지. 안 놓고 싶겠지. 절대 안 떨어지려고 하겠지? 고체의 성질이 그거랑 비슷해. 분자 간의 인력이 서로 단단해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고체라는 거야.”

그는 고체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을 등장시켜 재미있게 예화를 구성했다. 그러니 그 딱딱한 과학 이론이 학생들에게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들린다. 만약에 그가 이론만 나열하는 강의를 했다면 학생들의 귀에는 스쳐지나가는 소음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예화를 곁들여 설명하니 그 지루하고 딱딱한 이론이 예화와 함께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

예화가 강의를 살리고 죽이는 키포인트가 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겠는가? 나는 평소에 이런 주장을 한다. “잘 만든 예화 하나, 열 지식 안 부럽다!”

예화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직접 경험담, 간접 경험담, 우화 등이다. 직접 경험담은 말 그대로 본인이 직접 겪었기 때문에 그 때의 상황이나 심정 등을 그대로 전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직접 경험이 없다면 주위 사람들이 겪은 여러 사례, 즉 성공 사례나 실패 사례 등을 곁들이면 설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강의에 사용할 마땅한 직접 경험도 없고 간접 경험도 없다면 책에 있는 사례를 인용하면 된다. 책은 저자가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사례를 모아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에 강의에 활용하기 좋은 사례가 많다. 그것을 가져다 써도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있다.

예화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강한 것은 바로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는 청중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청중에게 어떤 어려운 개념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데도 유용하다.

예화를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잘못된 예화를 사용해서 강의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들을 때였다. 강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예화를 곁들이는데, 내가 잘 알고 있는 예화였다. ‘솔개는 70년을 사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35년이 되었을 때 부리로 발톱을 뽑고 깃털을 뽑아낸다. 그렇게 해서 35년을 더 산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우리도 솔개처럼 몸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야기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누군가 그냥 지어낸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강사는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강사가 하는 모든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잘못된 예화 하나 때문에 강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강사들이 이 예화를 쓰고 있다. 심지어 동영상으로도 만들어져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많은 강사들이 이 동영상을 경쟁적으로 강의에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공부를 게을리 하니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가져다 쓰는 것이다.

소문난 명강사들은 예외 없이 예화를 곁들여 강의를 한다. 재미있는 사례, 감동적인 에피소드, 특이한 이야기들로 흥미를 돋운다. 이런 강의는 강의장 밖에 있는 청소부도 엿듣게 만든다.

※ 참고자료 :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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