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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래된 것으로부터의 새로움 -빈티지(Vintage) 인테리어-디자인 서연의 공간이야기

[한국강사신문 엄서영 칼럼니스트] 어릴 적 보았던 경기도 광주의 외할머니 댁은 고랫등 같은 기와집이었다. 각종 채소와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있던 밭고랑 사이에서 언니와 흙장난 하며 놀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참외와 수박을 원두막에서 사촌오빠가 손으로 잘라줬다. 그 맛을 만끽하며 여름을 보낸 기억도 떠오른다.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낡은 사진 속의 추억들이다. 외할머니 장독대에서 나를 포함한 외갓집 아이들 스무 명 정도가 사진사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마 내가 다섯 살이나 여섯 살쯤이었던 것 같다.

3장의 흑백 사진은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누렇게 변해 있었다. 사진의 앞면은 손때와 부식으로 표면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사진뿐 아니라 손때 묻은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은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디지털 제품은 날로 발전되고 새로 나오는 디자인과 아이디어의 홍수 속에서 선택의 폭은 커졌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올라갔다. 삶에 대한 가치의식은 다양화되고 고급화되어간다. 그런데도 오래 간직한 물건들은 바라만 봐도 정겹고 자꾸 만져 주고 싶은 매력이 있다. 오래된 가구, 오래된 사진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느낌을 주고 단 하나뿐인 개성을 표현해 준다는 것이다.

낡은 것으로부터의 새로움을 표현하는 ‘빈티지(vintage)’란 단어가 있다. 빈티지(vintage)란 원래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든 해'를 의미한다.

오랫동안 와인의 품질을 예측하고 마시기 적절한 시기 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는 일상생활이나 인테리어에서 ‘유행을 타지 않는 유행’이란 뜻으로 쓰인다. 특히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고, 빛을 잃더라도 되살아나는 매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즉, 세월이 흘러도 가치가 있는 것, 오래될수록 새로운 매력을 의미한다.

오래 전 ‘드륵드륵’ 소리를 내던 전화기로 전화로 걸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늘어난 카세트테이프를 볼펜으로 돌려 다시 말아 넣는 재미도 8090세대가 느낄 수 있는 재미다. TV 채널을 바꾸기 위해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돌렸던 손잡이와 화질을 좋게 하기 위해 안테나를 맞춰야 했던 빈티지 TV.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세대라면 고물 같은 TV로 취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빈티지 TV는 많은 영감을 주고 재미도 있는 볼거리가 되고 있다.

빈티지가 주는 느낌처럼 우리 공간도 세월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80년대 아버지가 직접 지었던 우리 집은 천정이 네모 판자에 동그란 모양이 조각된 나무 타일로 되어 있었다. 기계로 깎은 나무 조각에 투명 칠을 입혀서 반짝반짝 광이 났다. 현관에는 루버라 불리는 나무 판재를 수직으로 장식한 주방과 식당이 있다. 이곳에도 두꺼운 투명 칠을 해 얼음판처럼 반짝거렸다.

자주색 벨벳의 소파와 마룻바닥에 페르시안 카펫이 원목의 소파 테이블 바닥을 지켰다. ‘페르시안 카펫’이란 ‘아라비안나이트’의 고향인 중동 지역, 특히 이란에서 생산되는 카펫이다. 손으로 만든 카펫 중 명품으로 통한다. 식물성 염료로 염색한 털실을 사용하며, 장인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다. 문양은 같더라도 ‘손맛’이 조금씩 달라서 ‘세상에 단 하나’라고 불러도 좋은 것이 특징이다.

신비로운 문양들은 15세기 말부터 16세기까지 크게 번성했던 페르시아 문명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워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잘 어울린다.

이런 빈티지 인테리어의 요소들은 새로운 것과 섞이며 또 다른 인테리어 유행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빈티지는 낡은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옛것과 섞이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아직 부모님 댁에 보관된 자개장은 새로운 집을 짓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 문짝이나 가구로 사용할 생각이다. 예전엔 평범해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새롭게 보인다.

중국 춘추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공자는 『논어』에서 유명한 말을 했다. “옛것을 익혀야 새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온고지신(溫故知新). 잘 알려진 사자성어이다. 한자인 ‘온’은 ‘따뜻할 온, 익힐 온, 데울 온’ 등의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온고’란 과거를 익히라는 말이다. ‘과거를 익힌다는 것’은 과거의 것들, 오래된 것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세월의 흔적을 거쳐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들은 아름답다. 잘 가꾸고 소중히 관리 할 때 그 낡음과 빛바램은 가치와 매력을 더한다. 첨단도시를 꿈꾸며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면 시대를 거슬러, 오래되고 빛바랜 가구가 주는 편한 느낌을 느껴보자! 아날로그 감성으로 바쁜 우리 삶에 쉼표를 찍어보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항상 오래된 것으로부터 나오는 법이다.

 

엄서영 칼럼니스트  draw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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