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유라 칼럼니스트] 책을 읽고 나면 무조건 까맣게 잊어버리는 나였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열심히 공부한 것을 까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육아서 요약노트를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이것이 앞서 이야기했던 ‘부자노트’의 시작이었나보다. 육아 강의도 모두 요약해서 적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내 생애 최초로 공부를 열심히 했던 순간이었다. 

여러 책을 읽었지만 특히 ‘칼 비테 교육법’은 정말 신선하면서도 구체적인 스토리가 많아서 좋았다. 이대로만 따라 하면 내 아이도 분명 영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때만 해도 ‘나와 다른 아이로 키우겠다’는, 아이가 나를 닮지 않고 똑똑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영재’나 ‘천재’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을 주로 읽었다. 그러던 중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는 당대 최고의 육아서를 읽고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남편과 청주까지 달려갔다. 

『푸름의 엄마의 육아 메시지』라는 책도 읽었다. 대통령에게 최초로 보고된 ‘대한민국 1호 독서영재’ 푸름이를 키운 어머니가 쓴 책이었다. 0~12개월까지 해야 할 일들이 적혀 있기에 그것만 따로 노트에 옮겨놓기도 했다. 

임신했을 때부터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동요와 클래식을 하루종일 틀어놓았다. 그리고 2008년의 어느 봄날, 첫아이가 태어났다. 그 순간의 떨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꼬박 16시간을 진통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건강하고 통통했고, 울음소리가 우렁찼다. 아이를 낳자마자 배가 전혀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어, 이 정도면 아이 낳을 만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꼬물꼬물 새끼 강아지도 너무 예쁜데, 내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건 정말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새벽에 아이를 낳았는데, 아침 9시가 면회시간이라고 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자세히 보고 싶고, 보드라운 살결을 만져보고 싶고, 모유수유도 하고 싶었다. 너무 보고 싶은데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잠이 오질 않아 날을 꼬박 새웠다. 잠이 그렇게 많은 내가 출산과정에서 온 에너지를 다 쏟았는데도 밤을 새웠으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최선을 다해 잘 키우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아이를 집에 데려온 뒤 매일같이 책을 읽어주었다. 벽은 동식물 그림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아이가 좀 큰 후에는 집에 과일이나 야채가 오면 깨끗이 씻어서 만져보도록 했다. 미국의 글렌도만 박사가 쓴 책을 보고, 플래시카드 교육도 시작했다. 배경이 깨끗하고 사물이 돋보이는 다양한 종류의 사물카드를 구입했다. 5장 정도를 뒤에서 앞으로 아주 빠르게 넘기면서 알려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참외, 포도, 바나나, 배, 사과’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한 장 넘기는데 1초도 걸리지 않을 만큼 빠르게 하고 끝냈다. 그걸 매일 반복했더니 어느 날 아이가 수백 장의 카드를 모두 인지하게 되었다. 테스트를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다가, 나중에 아이가 다 아는 것 같은 눈빛일 때는 가끔 물어보고 칭찬을 해주었다. 카드에 클립을 꽂아 낚시 놀이를 하게 되면, 뒷면에 한글이 노출되어 한글 떼기에도 좋았다. 카드 하나로 인지교육과 한글 떼기를 했으니 그야말로 제대로 뽕을 뽑은 셈이다.

이렇게 육아에 대한 정보를 책으로 읽고 아이를 통해 배우며 우리 가족도 자라고 있었다. 

※ 참고자료 : 김유라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차이정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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