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최종엽 칼럼니스트] 전직지원센터에 종종 강의를 가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했다. ‘10년, 20년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고 퇴직한 사람들이 왜 잘하는 일이 없을까?’ 

그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10여 년 전 바로 내 문제이기도 했다. 20년 동안 일을 하고 명예퇴직을 했는데 나에겐 그 어떤 강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어떤 브랜드도 없었다. 그저 ‘막막한 명예퇴직자’ 이 여덟 글자뿐이었다. 20년 기간이 짧아서일까? 20년 전에 배운 것이 박해서일까? 20년 동안 직장 생활을 설렁설렁해서일까? 그간의 업무를 좋아하지 않아서였을까? 모두 아니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논어』「옹야」편 제18장에 그 해답이 있었다. 

공자가 말했다. “지식이 많은(지혜로운)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도 즐겨하는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 「옹야(雍也)」 편 제18장 

나는 20여 년 동안 지지자(知之者)로서 족하면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호지자(好之者)를 생각하지도, 락지자(樂之者)를 꿈꾸지도 않았다. 그게 이유였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지자의 길이며, 무엇인가를 좋아하며 더 추구해나가는 길이고, 결국 그것을 즐기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논어』 「옹야」 편에서는 수천 년을 소리 없이 강조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어느 한 순간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왜 지자(知者)가 되고 싶은 것일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뭔가 학습이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이로움(利) 때문에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지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그 이로움은 개인적인 꿈이 될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는 돈이 될 수도 있다. 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적절한 지식이나 지혜를 갖추어 지자의 모습으로 세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사회로 나가 직장인이 되면 그간 배웠던 지식으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간다. 

직장에서도 지자의 삶은 계속된다. 수없이 진행되는 사내외 교육을 통해 지식을 더하고, 일상으로 진행되는 실무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간다. 사람들은 보통 일은 일로서 끝난다. 대체로 일이란 하기 싫고 힘든 것이기 때문에, 퇴근을 하는 순간 낮에 했던 일들은 잠시 접는다. 일이란 먹고사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삶의 방식으로 만족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게 된다. 

공자는 ‘知之者 不如好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라고 했다. ‘잘 아는(知) 자(者)는 좋아하는(好) 자(者)만 못하다(不如)’는 뜻이다. 인생을 사는 것도,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그저 잘 알아 문제만 없이 진행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행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호지자(好之者)가 되지 못한다. 직장인은 기본적으로 지지자(知之者)들이다. 그렇지 못하면 입사조차도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학습 과정을 거치고 일련의 검증을 거친 지자(知者)들의 모임인 것이다. 

운전을 할 줄 알면 여러 편리함이 있다. 누가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그 편리함 때문에 혹은 돈을 벌기 위해 면허를 취득한다. 운전의 지자(知者)가 된다. 그렇게 편리함을 얻고 면허도 갖지만 모든 사람이 운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을 좋아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편안하고 빠른 출퇴근이라든가, 주말마다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이라든가, 멋진 길을 다니면서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즐거움 등의 여러 이유가 있어야 운전을 계속하고, 운전을 잘하게 되면서 운전은 드라이브가 되는 것이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아름다운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그저 운전만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운전에서 드라이브로, 지지자에서 호지자로 변하고 싶다면 분명히 추구하는 뭔가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 어떤 직장인도 선천적으로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은 일이기 때문에 힘들고 싫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그 일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경우가 그럴까? 거기엔 어떤 전략이 숨어있는 것일까? 왜 지지자(知之者)에서 호지자(好之者)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이로움(利) 때문에 학습과 실무를 통해 일단 지자가 되었으나, 더 이상의 발전보다는 현상유지에 중심을 두고 새로운 가치나 더 높은 이익을 추구(求)하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것에 대한 전략의 부재로 볼 수 있다.

높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차피 하는 일을 통해 자신의 미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을 추구하는 자세다. 어차피 하는 일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켜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하는 자세다. 조직의 공적인 업무에 사적인 새로운 목표를 더하면 그 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업무에서 자신의 미래를 구한다는 생각을 더하는 것이다. 

※ 참고자료 : 『일하는 나에게 논어가 답하다(한스미디어, 2016)』

최종엽 칼럼리스트는 한양대학교 인재개발교육 석사, 평생학습 박사를 수료했다. 삼성전자㈜ 인사과장, 경영혁신차장, PA부장으로 일한 후 현재 잡솔루션코리아와 카이로스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 강사, 공공기관 전문면접관으로도 활동하며 연간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논어> 특강은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강사경연대회 금상수상, 대한민국명강사(209호)로 위촉되었고, MBC ‘TV특강’, KBC ‘화통’등 여러 방송매체에서 강연 한 바 있다. 
저서로는 『강사트렌드 코리아2020』(공저), 『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블루타임』, 『사람예찬』(공저), 『서른살 진짜 내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미국특보 1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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