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일상어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무심코 내뱉고 으레 쓰는 말에는 잘못된 오류가 넘치며, 결론적으로 말은 공평하지 않다. 거기에는 단순한 언어적 오류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온 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과거나 현재나 말을 만들고 유포하는 주도권은 항상 사회 강자에게 있다. 우리는 통념의 프레임에 갇힌 말들이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저서 <우리를 속이는 말들(웨일북, 2020)>은 인간에 대해 부당한 편견을 심어주는 말과 세상에 관해 왜곡된 사고방식을 퍼뜨리는 말을 다루었다. “소확행을 즐겨라”는 사회와 기업이 주도한 ‘유행’이며, “그놈이 그놈이다”는 정치적으로 사용된 ‘구호’다. 또한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심리학자와 유전학자의 ‘오판’이며,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기준일 뿐이다. 이러한 어그러진 말들을 그림, 역사, 사회현상을 관찰해 인문학적으로 고찰한다. 상식적이고 규범적인 말에 속지 않는 방법은 말 뒤편에 숨겨진 진실을 들춰내는 것이다.

이 책은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명화를 통해, 인간이 밟아온 역사를 통해 그리고 사회가 내비치는 현상을 통해 편견을 꼬집는다. 이 책으로 밀레 〈만종〉, 라파엘로 산치오 〈아네테 학당〉, 바실리 칸딘스키 〈무제〉 등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작품뿐만 아니라 테오도르 제리코 〈도벽환자의 초상〉, 아돌프 멘첼 〈쇠 압연 공장〉, 장 시메옹 샤르댕 〈차 마시는 여인〉 등 익숙하지 않지만 감각적인 작품을 보며 우리는 말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말은 오래된 통념이다. 프랑수아 부셰의 〈몸단장〉을 보면, 하녀의 도움을 받으며 몸단장에 열중인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 주변에는 온갖 물건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우리는 이 여인은 방만하고, 우유부단하며 충동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단편적인 한 장면을 두고 인간을 규정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상황, 관계,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내비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봐서 하나를 아는’ 것조차 어려운 게 진실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만이다.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 스스로 편견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한번 생긴 편견을 확대 해석한다.

저자 박홍순은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미술과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라 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고전과 미술 등을 매개로 인문학을 벗으로 삼도록 하는 데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상의 사건과 삶에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된 그리스 신화를 통해 새로운 인문학적 사유를 전달하는 <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옛그림과 선현들의 글로 오늘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도록 돕는 <옛그림 인문학>, 인문학적 시각으로 방대한 서양 미술사를 풀어내며 진정한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다양한 소재로 인문학적 관점을 기르는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헌법의 발견>, <일인분 인문학>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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