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서미선 블로그>

[한국강사신문 서미선 칼럼니스트] 임서영 소장님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선혁이가 정수기 앞에 서서 계속 정수기를 만지고 있었다. 집에서는 내가 보리차만 끓여 먹으니, 처음 보는 정수기가 아이에게는 신기했던 것 같다. 뜨거운 물에 손이 데지 않을까 걱정되어 “선혁아, 그거 만지면 안 돼. 앗! 뜨거워.” 유아어를 써서 못 만지도록 말렸다. 그 모습을 본 소장님이 한 말씀 하셨다.

“선혁이 엄마,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기 때문에 아이가 헷갈리는 거예요.”

“소장님, 설명을 계속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이들은 그런 뇌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짧은 파장의 소리가 잘 들린다고 소장님이 알려주셨다. 나는 설명을 길게 할 뿐만 아니라 훈육할 때와 칭찬할 때의 억양이 높낮이가 없어서 아이가 내 말을 듣고 나서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라고 헷갈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부르면 대답을 안 했다.

“선혁아”라고 부르면 아이가 뒤를 돌아볼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소장님이 옆에서 나에게 선혁이를 몇 번 불러보라고 하셨다. “선혁아.”라고 불렀지만, 선혁이는 정수기만 계속 만지면서 돌아보지 않았다. 몇 번이나 불렀지만 호명 반응이 없었다.

그때 나는 아이가 반응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른들도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부르는 소리를 못 듣듯이 아이도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아이가 ‘일부러’ 대답을 안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온종일 선혁이와 대화하는 것을 녹음해보세요!”

엄마가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아이에게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소장님이 말씀해주셨다. 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 날부터 아이와의 대화를 ‘녹음’했다. 녹음기에는 “안돼!”, “위험해!”,

“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는 저음의 내 목소리만 들렸다.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내 말에 아이가 반응하지 않았구나.’를 알고 나니 눈물만 나왔다. ‘귀하게 얻은 아이라 잘 키우고 싶었고 알려주고 싶어서 말했는데.’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잔소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위험한 순간이 오면 그때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렸는지, 정확한 규칙을 인지했는지 아이의 표정이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매일 선혁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를 바라볼 때 무슨 표정을 많이 짓는지 사진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달 뒤, 아이의 변화가 느껴졌다. 단어만 말하던 아이가 “엄마, 사랑해요.”, “엄마, 너무 좋아요.”라며 나에게 다시 다가왔고, 나의 말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아이와 깨졌던 애착이 회복되었다.

♤서미선의 육아팁: 유아기 아이들은 저음으로 말하는 긴 설명을 알아듣지 못한다. “사과야, 빨갛다. 맛있겠다. 향기도 맡아봐.”라고 말해도 사과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건 사과야, 사과, 사과, 사과.”라고 파장이 짧은소리로 여러 번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사물 인지에 도움이 된다.

※ 참고자료: (주)임서영 영재교육연구소 교육매니저의 『11명 영재맘의 육아 스토리: 행복한 영재를 키운(한국강사신문, 2020.05.29.)』

서미선 칼럼니스트는 육아전문가 임서영 소장의 강의를 듣고 영재오를 시작한 8년 차 교육매니저다. 유아교사였던 경험이 무색할 정도로 육아는 새로운 도전이며, 어려운 일이었다. 어렵게 얻은 아이를 누구보다 잘 키우기 위해 시작한 ‘영재오 교육매니저’ 이 일이 이제는 자신 또한 성장시킨 멋진 커리어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육아 경험을 초보 맘들에게 나누며 육아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첫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블로그 <생각하며 노는 아이들>을 통해 육아와 교육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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