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체험활동인 생각의 쉼표이자 아이디어 작전타임 “멍 때리기”

[한국강사신문 한상형 칼럼니스트] 요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아주 좋아한다. 버스나 전철에서조차 휴대전화만 바라본다. ‘수구리족’이란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가끔 멍하게 앉아 있거나 먼 하늘을 바라보면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머리가 맑아져 어려운 문제들의 해답도 떠오르고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물건들이 있는 곳도 생각나곤 한다.

몸에도 휴식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뇌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거나 발견하기 위해 억지로 쥐어짜기보다는 아무런 목적 없이 자유롭게 쉬도록 내버려둘 때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평온하고 이완된 상태에서는 뇌가 어떤 일이나 작업을 위해 다른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창의성 개발이 잘 된다.

뮤지컬 연출가인 로버트 폴스는 문제를 무의식 속에 묻어 두고 무의식이 그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라고 말한다.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의식의 틀에 사로잡히기 쉽다는 것이 이유다. 잘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때에는 그냥 기다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기 위해서는 생각의 배양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뇌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그 문제와 잠시 떨어져서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를 피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핑턴 포스트지는 창의적인 문제해결법으로 몽상에 잘 빠지는 습관을 꼽았다. 몽상이란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하는 것 또는 그 생각 자체를 의미한다. 카우프만과 맥밀런은 그들의 저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몽상예찬』에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상상은 창의성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멍하니 딴 생각을 하는 행위, 이른바 ‘멍 때리기’를 할 때 불쑥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멍 때리기를 창의적 문제해결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산만한 상태에서 정보를 기억해내는 두뇌 활동과 관련이 있다.

‘멍 때리기’를 하게 되면 현실을 벗어나게 해준다. 비현실적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의문을 던질 때 창의적 문제해결이 가능해진다. 신경과학자들은 몽상과 같은 ‘멍 때리기’는 상상력이나 창의성과 비슷한 두뇌 활동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멍 때리기’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멍 때리는 것을 시간낭비로 여겨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보면 멍 때리기로 인해 창의적 문제해결을 해왔던 경우가 많다. 뉴턴은 사과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하다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GE의 유명한 잭 웰치 전 회장도 매일 1시간씩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미국의 뇌 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사람이 아무런 인지활동을 하지 않을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결과,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는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DMN이란 컴퓨터 용어에서 나온 단어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본 도호쿠대학교와 미국 코넬대학교에서도 DMN이 활성화되면 창의성이 향상된다고 했다. 일본 도호쿠대학은 아무 생각 없이 뇌를 쉬게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빨리 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멍하게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기존의 상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올해 4월 22일엔 70여 개 팀이 참가한 제5회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멍 때리기’ 대회는 2014년 서울에서 시작한 아주 특이한 대회다. 각박한 세상에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 되었다. 멍하게 있거나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을 때, 다른 주변적인 생각들을 하지 않을 때,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뇌는 외부에서 자극하지 않으면 일단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 할 일이 생기면 몽상을 즐길 때나 잠을 자는 동안에 활발해지는 뇌의 부분인 DMN의 활동을 막는다. 활동을 막고 나서 지금 해야 할 일에 필요한 뇌의 부분을 활성화시킨다. 회사에선 바쁘게 일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퇴근길엔 휴대폰에 푹 빠져있다. 퇴근해서 잠시 여유시간이 생기면 TV 보고 게임하고, 사람들은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기 때문에 DMN이 활성화되기 힘든 것이다.

멍 때리기를 하면 하루 종일 시달렸던 많은 일과 작업을 처리할 시간을 벌게 된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온전한 휴식시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휴식시간을 보낸 우리의 뇌는 일과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된다. 또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기도 쉬워지기 때문에 암기력도 좋아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멍 때리기를 생활 속에서 지혜롭게 활용해보자. 창의성 개발을 위해 남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경쟁의식이나 부담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뇌가 편안한 멍 때리기 상태에서 창의성의 씨앗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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