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예쁘다고 말하는 그들을 의심하라!”

[한국강사신문 김주미 칼럼니스트] “외모지상주의는 버리고 외모 자존감을 유지해라?! 내게 약이 되는 칭찬, 내게 독이 되는 칭찬일까?”

내 외모는 온전히 나의 것, 나의 외모 자존감인데도 정작 관리에 있어서는 주변 사람들, 즉 남자친구나 배우자, 가족, 그리고 직장 동료와 동성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들은 종종 나의 외모 자존감에 대해 “이건 아닌 것 같아”, “이게 더 예쁜데?”라는 말로 훈수를 두고 ‘다 너를 위한 이야기’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 조언들이 나의 외모 자존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를 위한 지인의 순수한 마음을 무작정 매도하거나 의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조언이 나의 외모 자존감에 약이 되는지 혹은 독이 되는지를 스스로 가려서 들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외모를 관리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특히 남자친구나 배우자는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예쁘지”, “화장을 안 한 얼굴이 더 예뻐”, “살이 쪄도 계속 사랑할게”라는 말로 내 외모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거나, 어렵게 결심한 다이어트 의지를 무너뜨리곤 한다. 물론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준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말을 따르는 게 현재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모두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가녀리고 순수한 이미지’로 맞추었던 한 여성은 그와 헤어진 뒤에도 좀처럼 이미지를 바꾸지 못했고, 정말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지 못해 힘들다고 고백했다. 직급이 높아지고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싶다는 워킹맘도 남편이 긴 머리를 좋아해 단발머리로 자르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릴 때부터 줄곧 부모님의 개입 하에 제대로 자신의 스타일을 고민하지 못했던 여성도 많다. 당연하게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고 아빠가 싫어하는 취향의 옷을 입지 말라고 강요받은 여성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직업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에 대해 컨설팅을 받으러 왔던 한 여성은 유독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엄마 때문에 A라인 원피스와 프릴이 달린 옷만 살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골격이 크고 중성적인 외모였던 그녀에게는 반드시 피해야 할 스타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때로는 직장 동료나 절친한 동성 친구의 외모에 대한 칭찬과 조언도 경계해야 한다. 대개 사람은 주변 환경에 따라 행동하고 그에 맞게 닮아간다. 실제로 얼마 전 이미지 코칭 클래스에 참가한 한 여성은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은 채 운동화에 헐렁한 옷을 입은 자신의 외모가 IT업계에서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는 무척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늘 보던 상대방의 모습이 내 눈에도 익숙해지면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친한 동성 친구 역시 마찬가지다. 가끔 옷가게에서 여자 친구들끼리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입은 옷이 당사자의 체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도 “너한테 딱 어울린다”, “너무 예쁘다. 당장 사라”고 말하는 반응을 보면 정말이지 가서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 든다.

사실 우리나라 정서상 사회생활을 하며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솔직한 조언을 하기란 참으로 힘들고 위험하다. 서로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실례다. 전혀 관리되지 않은 외모 상태여도 ‘편안해 보인다’, ‘인상이 좋다’는 식으로 둘러대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SNS에서 더욱 심하다. 직접 대면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서 누군가의 사진이 올라오면 경쟁적으로 예쁘다는 칭찬을 하기에 바쁘다. 그런데 정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변호사 K씨는 SNS에 건강과 외모콤플렉스 때문에 살을 빼겠다는 굳은 결심을 밝히며 다이어트를 공식 선언했다. 댓글로 수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반대로 “지금 모습도 괜찮다”, “살을 왜 빼려고 하느냐”, “K씨는 통통한 게 매력이다”라는 메시지 때문에 다이어트에 대한 결심이 무척 흔들렸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외꺼풀을 지닌 C씨는 늘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90년대 스타일의 진한 화장을 하고 다녔는데,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자 “너는 눈이 작아서 안 돼”, “여자는 눈이 커야 예뻐”라는 친한 친구들의 만류로 인해 다시 진하게 화장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 L양은 늘 앞머리로 이마를 모두 가리는 헤어스타일의 소유자였다. 면접 시 밝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이마를 드러내는 헤어스타일로 변화를 주었는데, “귀여운 매력이 사라졌다”는 남자친구의 푸념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앞머리를 내리고 이전의 헤어스타일로 돌아갔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기에 외모지상주의는 아니더라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나를 보는 외모에 대한 시선은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나의 외모 자존감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커리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내가 세워야 할 외모의 전략은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고 자기만의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정립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고 난 후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때로는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봐줄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듣고,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이 무엇인지 상담을 받아보아도 좋겠다. 외모지상주의는 버리되 외모 자존감을 지키고, 내게 약이 되는 외모에 대한 칭찬, 내게 독이 되는 외모에 대한 칭찬을 잘 따져보자.

※ 참고자료 : 『외모는 자존감이다(다산4.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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