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에 따른 시장의 비효율성에 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의 신간이 출간됐다. 2000년 한창 주가를 올리던 ‘닷컴 버블’의 종말을 정확히 예측한 책 『비이성적 과열』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쉴러 교수는 지금도 정치, 사회, 심리와 시장의 관계에 주목한 연구들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굴러가지 않으며 의문스러운 지점들이 꽤나 많다. 쉴러 교수는 여기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경제 주체들이 이성적이지 못한 경제 활동을 왜 반복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대공황 같은 사건들 또한 애초에 예견할 수 있지 않을까?” 『야성적 충동』에서 『비이성적 과열』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린 쉴러 교수의 연구는 이 책 『내러티브 경제학(알에이치코리아, 2021)』에서 정점을 이루며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내러티브 경제학』에 따르면, 내러티브(이야기)에 강한 전염력이 생길 경우 그로 시작된 입소문은 실제 경제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골몰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던 1929년 미국의 대공황부터, 하늘까지 치솟는 부동산 버블, 한때 한국이 들썩일 만큼 과열됐던 비트코인까지. 쉴러 교수는 이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파헤치기 위해 내러티브 경제학에 기반하여 다양한 내러티브 군집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그는 경제 사건들 뒤에 가려져 있던 원인의 가닥들을 하나씩 골라내기 시작했다. 이렇듯 입소문의 중요성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크며, 이는 대중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 또한 경제학의 역할임을 보여준다.

현재 팬데믹 바이러스와 주식 열풍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새가 과거와 꼭 닮아 있다.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 주식 열풍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며 언제쯤 가라앉을까?

쉴러 교수는 경제 모형에 전염병 모형을 더함으로써 우리가 당면한 이슈들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 연구의 관건은 우리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에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부동산 버블에는 아메리칸드림이 있듯, 우리는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며 많은 경제 사건들이 대개 내러티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위기의 반복이었다. 경기 침체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던 많은 경제학자들은 단지 경기 하강이 시작하고서부터 발생한 사건들에만 주목했다. 그러나 쉴러 교수는 경기침체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원인이 될법한 내러티브 군집에 집중했다.

‘말’을 통해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정치가들은 이미 이것의 중요성을 잘 아는 듯 보인다. 이제 경제 분야에서도 ‘입소문’은 연구 대상으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마침내 위기의 바이러스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 『내러티브 경제학』은 세계의 흐름을 꿰뚫어볼 줄 아는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 『내러티브 경제학』의 저자 로버트 쉴러는 1946년 미국 디트로이트 출생으로 1967년 미시간대를 졸업했고 MIT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일대 경제학 교수이자 예일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이자 사회심리학을 전통 경제학과 결합시켜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등 굵직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2000년 저서 『이상 과열』이 출간된 바로 그달부터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맞으면서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어 2005년에는 집값 거품이 부동산 시장은 물론 전체 금융계의 패닉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결국 2006년 미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로버트 쉴러는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뉴욕타임즈」에 칼럼 ‘경제적 시각Economic View’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그는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로치와 함께 ‘월가 비관론자 3인방’으로 불리며, 거품경제의 몰락을 예언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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