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이기양 칼럼니스트] 우리는 집의 크기만으로 집을 고를 수 없다. 집을 선택하기 위해 가족의 크기 수와 생활양식 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들이 정해지고 난 뒤에야 집의 크기와 구조, 동선 등을 그려볼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집을 고르는 것과 같다. ‘진로(進路)’란 개인의 직업과 그 과정을 가리키는 용어다. 예전에는 하나의 직업을 평생 유지했기에 ‘진로’를 ‘직업’과 비슷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직업의 수가 급증했고, 새로운 직업이 다수 생겨나 ‘진로’는 과거의 ‘직업’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무엇을 잘하지?’ ‘그동안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왔던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명확해야 한다. 명확한 답변들은 나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만든다. 내가 나를 이해할 때 비로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보인다. 가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만들어갈 삶을 그려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렇게 내가 가려는 방향을 그려보는 것이 바로 ‘진로’다.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자신에 대한 생각은 더욱 그렇다. 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하지만 나에 대해 낱낱이 생각하는 것은 때론 불편하다. 나만 알고 있는 아픔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부끄러운 순간이 떠올라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럼 어떤가. 아픈 나도, 창피했던 나도, 내가 사랑해야 할 바로 나 자신이다. 나에 대해 사색하고, 나만의 시간을 마련하자. 그리고 나만의 ‘진로’를 계획하고 준비하면 된다.

진로를 계획하며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MBTI나 DISC 같은 검사 도구를 활용해도 된다. 진로 결정의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했었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좋다.

결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그 사람의 ‘가치관’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가족의 안전과 행복’이라고 답할 것이다. 나의 진로를 결정할 때 가족이 미친 영향은 늘 적지 않았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대학입시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았다. 재수를 원했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냥 입학해서 무난하게 졸업하기를 원하던 부모의 의견을 따랐다. 스물다섯에 결혼을 했다. 가족을 떠나 자동차로 5시간을 달려야 하는 먼 곳에 살게 되었다. 친척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살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책임도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가 잘 해내야 가족들이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에겐 예쁜 공주님이 둘이나 있었고, 강사는 아이들을 기르며 하기에 나쁘지 않은 직업이었다.

오랫동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던 ‘가족’은 ‘나의 행복’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엄마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오래전 너희 시누이 그렇게 갔을 때, 그때 널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게 다 네 탓이 될 거였는데. 그때는 그렇게 해야 모두가 행복한 거라고 생각에 그렇게 못 했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엄마는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엄마를 보내면서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가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던 나의 결정들은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가족들은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사실이다. 내가 그들을 위해 희생하기를 원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 나 혼자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가족과 나의 삶이 균형을 이루며 함께 성장할 때 짜릿한 행복을 느낀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의 성장과 행복’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다음이 ‘가족’이다.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지금은 ‘나’와 ‘가족’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삶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내가 결정하면 된다. 그렇게 결정한 것이 바로 나의 ‘진로’다. 나의 ‘진로’를 찾고 나니,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전하는 것이 재밌다. 사람들이 주어진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나만의 진로를 찾게 되면,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나만의 진로를 찾아 행복해지길 바란다.

삶의 우연한 사건들이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냥 끌려서 시작했던 공부들이 알고 보면 같은 종류의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내가 중요한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인지, 왜 이것들을 좋아하는지 그 답을 찾았다면 진로 찾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비행기나 배가 항로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나침반’이 필요하듯이, 내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나만의 ‘나침반’이 필요하다. 내 인생의 나침반은 내 안에 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이기양 칼럼니스트는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교육 석사 과정 중이다. 현재는 취업 진로 교육, 고교 학점제 및 학점전략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울산노동인권센터, 울산청소년성문화센터, 울산청소년노동인권에서도 소속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취업진로 강의를 통해 만나는 교육생들의 꿈멘토가 되어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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