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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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여유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은 지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활기찬 일상으로의 귀환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여행은 그 순간만이 아니라 떠나기 전과 후에도 다양한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365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산다고 하면 상상만으로도 따분하다. 그래서인지 살기 힘들다고 해도 해외여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까지 못 가더라도 도심 호텔에서 하룻밤을 쉬는 작은 사치(Small luxury)도 유행이다. 낭비라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단 하루만이라도 일상과 다른 기분을 만끽하면서 ‘셀프 힐링’을 하는 것이다.

물론 떠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면 자주 듣던 소리가 ‘의사시죠!’라는 말이었다. 가족과 함께, 열흘 이상 여행할 수 있는 직업은 의사 정도라고 생각하니, 공부 좀 하면 의대에 목을 매는 것도 이해가 된다.

▷ 이유 없이 여행도 없다

꼭 해외여행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일상에 매이다 보면 국내 여행조차 쉽지 않다. 물론 국내 여행이라고 해서 즐거움이 덜한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그곳이 우리나라인지 아닌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설렘만 느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강사는 행복하다. 제주도도 일하러 갈 수 있다. 교육이 행해지는 기업 연수원이나 리조트 시설들은 대부분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야생의 자연에서 사계절을 만날 수 있다. 도시의 인공 구조물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할 정도로 자유롭고 색다른 하루의 연속이다.

울산에서 저녁 8시 반에 강의를 마치고 다음 날 경기도 용인에서 아침 강의를 하기 위해 야간에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나 혼자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다. 밤새워 화물을 옮기는 트럭 운전사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게 된다. 휴게소에서 줄줄이 서 있는 야간 고속버스 안에서 잠든는 사람들을 보며 가족을 떠올리기도 한다.

대전에서 강의를 끝내고, 다음 날 대구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곧바로 대구 도심에 가서 하룻밤을 머문다. 강의 때문에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이방인의 기분으로 대구 도심을 걸어보기도 한다. 부산 해운대에 가서 파도 소리를 듣는다. 전주 남부시장에 가서 원조 콩나물 해장국을 맛보기도 하고, 광주에서는 현대사의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진짜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서 마냥 홀가분할 수는 없지만 시간과 돈의 제약 때문에 여행을 동경만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특별한 하루를 살 수 있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지역 행사를 구경할 수도 있고, 알고 있더라도 일부러 찾아오기 힘든 장소를 우연히 들리게도 된다. 아주 가끔은 혼자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의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휴가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여가 시간이다. 장기 유급휴가(23.1퍼센트)나 그보다 오래 쉴 수 있는 일부 유급휴직(9.0퍼센트) 보다 평범하게 주말이나 휴일 근무만 없어도 좋겠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43.5퍼센트). 또한 평일 오후 6시 이후 ‘칼퇴근’만이라도 보장(24.4퍼센트)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하다 못해 처량한 의견이 그다음이었다.

갑자기 여가 시간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상당수가 휴식(60.3퍼센트)을 원했고 실제로도 텔레비전 시청으로 여가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36.7퍼센트)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가족(23.2퍼센트)이나 연인(또는 배우자, 29.8퍼센트)과 함께 있기보다 혼자(33.4퍼센트) 있기를 더욱 선호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휴식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해방되어 가장 편안한 자세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그만큼 일상의 책임감에 짓눌려 있으니 여행은 이유가 있어야만 떠날 수 있는 일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광고카피 속에 휴식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강사는 숙박 교육일 경우, 어렵지 않게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올라가면 7시에 퇴근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저녁도 먹었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으니 씻지 않은 채 프로야구를 볼 수 있다. 야구가 싫다면 씻고 나서 1시간쯤 잠을 자도 9시다. 내일 할 일을 체크하고 회신해야 할 메일을 처리하면 퇴근 시간이 절약된 만큼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다.

※참고자료: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페이퍼로드)』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칼럼니스트는 말 한대로 살려고 하는 노력하는 강사다. 사실에 기초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사례를 제시해 감성을 자극한다. “가짐을 내세우지 말고 나눔에 인색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으로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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