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수인 칼럼니스트] 날씨예보를 통해 예상은 했지만 뺨을 스치는 바람결이 제법 차갑다. 갑자기 낮아진 기온에 어깨마저 움츠러들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그렇다고 한 낮의 기온마저 차갑지는 않으니 섣불리 두꺼운 옷을 꺼내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삐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땀이 송송 맺힌다. 신체의 적정상태를 위한 회복의 움직임인줄 알지만 한편으론 당황스럽기도 하다. 높아진 하늘만큼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분히 책장을 넘겨보려던 소망이 갑작스런 찬바람에 갈 곳을 잃었다. 계절의 변화는 신체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낮아진 기온 탓인지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느낀다. 추운 계절일수록 수분이 빠져나가는 원리를 생각해보면 물을 자주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후 환경으로부터 받는 쾌적도나 스트레스를 살펴볼 때 여름의 더위보다 겨울 추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학설이 있다.

그래서 기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온의 변화가 사람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끼쳐 행동에까지 이르게 한다고 설명한다. ‘날씨만큼 이데올로기적인 것은 없다’라는 프랑스 평론가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기온은 특히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시시각각 변하는 온도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는 없지만 환경적인 조절을 통해 감정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이러한 영향은 본질적으로 심리적이라는 데 있다. 바쁜 하루를 보낸 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온 몸이 노곤해지면서 감정이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이는 곧 활력으로 연결된다. 충분히 땀이 날만큼 체온이 높아지면 운동 못지않은 효과가 있기에 나는 따뜻한 물속에 앉아 있기를 즐긴다. 체온을 높여 감정의 온도로 연결하는 것은 우울이나 불안 등의 불편한 마음을 다독이는 좋은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겨울이면 상담실의 의자에 따뜻한 온수매트를 깔아두는 이유다.

심리학자들에게 있어 감정에 대한 연구는 흥미로우면서도 까다로운 주제다. 감정은 사고와 다르게 논리적으로 전개되지도 않으며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기후의 변화에 반응하는 것처럼 감정에 기반한 인간관계도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그 온도를 친밀감과 대인관계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가 있다. 예일대 심리학과 존 바그 교수는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따뜻함과 대인관계의 상관관계를 참가자 두 팀으로 나누어 실험을 하였다.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를 각각 손에 든 참가자들에게 특정인의 인상에 관한 평가를 요청했다.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차가운 커피를 들었을 때보다 따뜻한 커피를 들었을 때 훨씬 호의적인 평가 결과를 보였다.

따뜻한 커피를 들었던 사람들이 특정인의 인상을 보며 너그럽고 친절하며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고 느낀 것이다. 두 번째로 ‘제품 테스트’라고 적힌 치료용 패드를 차갑고 따뜻한 두 종류로 나누어 손등에 붙이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실험참여의 보답으로 아이스크림과 음료 쿠폰을 받게 되면 참가자 자신이 소유할 것인지, 아니면 타인에게 선물할 것인지를 얘기해 달라고 했다. 연구 결과, 따뜻한 패드를 붙였던 참가자들 중에서 타인에게 쿠폰을 주겠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온 반면 차가운 패드를 붙였던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갖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손이 따뜻해진 사람의 마음이 타인에 대한 배려로 연결되고 신체적 따뜻함이 마음까지 따뜻해져 이타심의 향상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따뜻한 물체 하나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만든다면 미미한 따뜻함일지라도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건을 만난다. 감정의 온도는 차가울 때도 있고, 따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그 온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무리 첨단 장비를 동원한다 해도 그 감정의 온도는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 온기를 자각하고 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때 비로소 우리의 감정은 많은 정보로 문을 열어 우리를 맞아줄 것이다.

날씨와 기온에 반응하듯 몸의 신호를 알아주기 시작하면 감정이 알아차려진다. 그에 따른 생각을 관찰하고 행동을 돌아보면 진정한 내 감정의 온도를 알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기온이라 일컫는 섭씨 20도 부근에서 멀어질 때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온도가 높을수록 공격성이 높아지며, 습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 또한 낮아진다고 한다. 차가운 바람에 움츠리기만 하면서 계절을 흘러 보낸다면 이 가을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그러나 기온만으로도 영향을 받는 소중한 내 감정의 온도를 놓치는 일은 더욱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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