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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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안성에 있는 N교육원에 처음 강의를 갔을 때 일이다. 장기간 교육 중이라 인사를 하고 나서 ‘오늘이 몇 주째냐?’고 물었다. 9주차라고 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교육을 받는지 몰랐다. 그런데도 지치지 않은 모습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며 강의를 시작하였다.

교육은 별 탈 없이 끝났다. 처음 맺은 인연을 잘 마무리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담당자와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담당자가 ‘장기간 교육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정색을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이유인즉 강사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교육생들이 담당자인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걸로 오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자기는 분명 강의 청탁서를 보낼 때 전체 일정표도 첨부했다면서, 그것을 확인하고 왔어야 하지 않느냐고, 다음부터는 주의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나보다 연장자라고 해도 명색이 교육을 하러 온 강사에게 훈계조로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첨부 자료가 없기만 하면 한바탕 해줄 요량으로 집에 오자마자 메일을 확인했는데 떡하니 일정표가 첨부되어 있었다. 언짢았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곱씹어보니 담당자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히 일을 잘해놓고 쓸데없는 오해를 받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을 듯했다. 그때부터 담당자로부터 전달받은 메일은 몇 번이고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으니 꼭 나쁜 기억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다.

이처럼 내 입장을 벗어나보면 세상에 그럴 수 없는 일은 없다. 다만 나와 상대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드론과 같은 시각을 갖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늘 스스로에게 타이르는 말이 있다. <영화 300>의 유행어처럼 ‘나는 관대하다’를 틈나는 대로 되뇐다.

또 다른 경험도 있다. 어느 날, 이미 강의가 확정되었던 K은행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전하기를, 상사가 바뀌었는데 강사님을 모르니 동영상 자료를 보자고 한다는 것이었다. 마땅히 보내줄 만한 자료가 없었기에 청강을 하면서 짧은 시간만 촬영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내일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필 다음 날 강의는 처음 가는 회사라서 다른 기업 담당자의 청강을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일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니 그럼 강의할 때 나보고 녹음을 해서 파일로 보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요구라서 거절할까 했지만 담당자 입장에서는 유튜브에 그 흔한 동영상 하나 올려놓지 못한 나의 게으름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도 무례함을 알면서 부탁할 정도면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상사와 강사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버린 담당자를 모른 척할 수 없어서 다음 날 강의할 때 스마트폰으로 녹음하여 보내줬다. 다행히 강의는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지나고 나니 고객중심시대에 어쩌면 당연한 요구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고자료: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페이퍼로드)』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칼럼니스트는 말 한대로 살려고 하는 노력하는 강사다. 사실에 기초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사례를 제시해 감성을 자극한다. “가짐을 내세우지 말고 나눔에 인색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으로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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