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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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가장 위태로운, 그래서 가장 급진적인 ‘20대 현상’과 한국 민주주의의 헤게모니 전쟁. 《급진의 20대(서해문집, 2022.01.28.)》가 출간되었다. 전작 《프로보커터》에서 주목과 관심이 돈이 되는 주목경제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미디어, 나아가 정치를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경쾌하게 파헤친 문화연구자 김내훈.

그가 2020년대 한국사회의 한가운데를 휘젓고 있는 ‘20대 현상’을 통찰한 《급진의 20대》로 돌아왔다. 1992년생으로 20대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저자는 우리 시대의 20대 문제를 전 세계에 불어닥친 ‘포퓰리즘 물결’의 맥락에서 살핀다.

그에 따르면 20대 현상은 곧 ‘포퓰리즘 현상’이다. 온갖 부정적 이미지들이 덧씌운 편견과 달리 포퓰리즘(populism)은 사회의 지배체제-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지리멸렬할 때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인민의 요구(demand)다.

저자는 오늘날 기성세대의 불공정과 위선에 대해 청년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분노’가, 실은 한국 현대사에서 그들의 부모보다 ‘가난할’ 최초의 세대가 호소하는 ‘떨림과 몸부림’임을 밝혀낸다. 이런 요구를, 진보·자유주의 진영은 못돼먹은 태도로 보고 훈계하는 반면 보수·우파 진영은 ‘청년 보수화’라며 쌍수로 부채질하고 있다.

이론에 따르면 포퓰리즘 현상은 흔히 구질서와 새질서의 헤게모니 전쟁으로 전개되고, 구질서로의 반동 또는 새질서로의 이행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K-포퓰리즘은, 저자에 따르면 ‘가장 위태로운 자들’인 한국의 청년세대는, 자신들의 요구를 일차원적 분노와 혐오로만 쏟아내는 ‘과격한 20대’에 머물까, 낡아빠진 체제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대안을 선언하는 ‘급진의 20대’로 거듭날까?

20대 현상은 포퓰리즘 현상이다

오늘의 20대는 (난민과 북한을 포함한) 약자·소수자 배려 정책을 ‘불공정’으로, 사회정의나 정치적 올바름(PC)에 근거한 처신을 ‘위선’으로 인식한다. 진보적 가치관에 반대하는 듯한 이런 태도는 ‘20대 보수화’론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저자는 지난 20년간의―홍세화에서 시작해 박권일·우석훈·오찬호·최종숙을 지나 임명묵에 이르는―세대 담론사를 회고하며, 한국의 20대는 그때그때의 처지와 인상에 따라 희망에서 환멸로, 보수에서 진보로, 혁신의 주체에서 계몽의 대상으로 조급하게 규정되어왔음을 지적한다. 현재 20대 보수화론 역시 이런 섣부른 인식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20대 현상을 제대로 응시하기 위한 렌즈로 ‘포퓰리즘’을 제안한다.

포퓰리즘은 지배체제의 고장을 알리는 ‘증상’이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작동 원리인 신자유주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특히 일자리와 양극화 문제에서 무능을 드러냈고, 이 문제를 교정하겠다며 집권한 세력―예컨대 한국의 민주화 세력과 미국의 리버럴 세력―은 근본적 대안 마련에 실패한 채, 그들의 정체성(민주화와 정치적 올바름 등의 가치)만 내세우며 정치적 상상력(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가 ‘부모보다 가난할 세대’의 출현이며, 위선을 혐오하고 불공정에 분노하는 20대의 등장이다.

저자는 이를 ‘포퓰리즘의 계기’로 바라보는 동시에, 분노한 청년세대와 이를 계몽하려 드는 정치권력의 갈등을 포퓰리즘의 최대 전략인 ‘우리와 그들의 싸움’ ‘인민 대 엘리트의 전쟁’으로 설명한다. 그렇게 ‘20대 현상’은 ‘포퓰리즘 현상’이 된다. 요컨대 K-포퓰리즘은 20대의 혐오와 분노(로 포장된 떨림과 몸부림)가 한국사회의 물길을 어디로 돌릴 것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헤게모니의 전장이다.

한편 포퓰리즘의 렌즈는 20대의 ‘이대남 현상’으로 돌출되는 20대 내부의 젠더갈등에도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즉 이 문제는 페미니즘을 ‘불공정’이자 ‘내로남불’로 인식해 분노하는 20대 남성과 그렇지 않은 20대 여성 간의 국지적 갈등이라는 것이다. 많은 조사·연구에서 드러난 바, 페미니즘 이슈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에서 20대 남녀가 비교적 공통된―공정과 반(反)위선 추구―성향을 보인다는 점 또한 이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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