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하던 상품을 내가 팔아야 할 때 쓸 수 있는 화법

 

[사진출처=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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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효석 칼럼니스트] “비갱신형 보험상품이 좋다고 팔았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갱신형 암보험을 팔라고 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모 보험사의 설계사로부터 상담 의뢰가 왔다. 보험상품이 아니더라도 영업인이라면 누구나 당하는 일이다. 그동안 비판했던 상품을 내가 팔아야 할 때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일 것이다. 일부러 외면하거나 심지어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와 커리어를 한번에 날리는 무모한 행동이다. 고민하는 영업인을 위한 화법을 제시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자성어다. 원숭이를 기르는 자가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를 주되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라고 하니 원숭이들이 난리가 난다. 그러자 이번엔 "그럼 아침에는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라고 하니 원숭이들이 기뻐했다고 하는 이른바 어리석은 자를 조롱하는  사자성어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장자(莊子) 내편의 2편인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대체 장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 같은 이야기를 했을까?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은 장자 '조삼모사'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한다.

 2천 년 전 중국에 한 남자가 농장에서 백여 마리의 원숭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는 원숭이들을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점점 재산이 줄어들었다. 어느 날 그는 원숭이들을 찾아가 말했다. "애들아, 내가 파산을 했단다. 너희들에게 줄 먹이를 줄여야겠어. 오늘부터 아침에는 땅콩 3개, 그리고 저녁에는 땅콩 4개밖에 줄 수가 없단다."

그 말에 원숭이들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우리는 그렇게 먹고는 못 살아요. 모두 굶어 죽고 말 거에요." 농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 아침에 땅콩을 4개 주고, 저녁에 3개 주도록 하지." 이 말에 원숭이들의 표정이 환해지면서 다들 만족스러워했다."

표면적으로 백남준은 '조삼모사 이야기'를 부연하여 번역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백남준은 이 이야기가 원숭이라는 타자와 소통하려는  애정이라고 본 것이다. 이점을  증명하는 구절은 "그는 원숭이들을 너무 좋아했다."이다.  그래서 백남준은 '조삼모사' 이야기를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 원숭이들을 속이는 흉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원숭이들을 사랑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제안을 한 것이다.

[사진출처=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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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갱신형 상품이 좋고  비갱신형 상품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갱신형 상품이나 비갱신형 상품도 일종의 조삼모사 같은 상품이다. 초기에 보험료가 저렴 하냐 나중에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비갱신형 상품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만, 초기에 갱신형에 비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미 이 정도는 고객도 많이 알고 있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비갱신형을 밀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장기 유지율도 높고  초기 보험료가 비싸다 보니  수수료도 조금  높은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그럼 왜 보험사는 갱신형 상품을 출시했을까? 설계사 골탕 먹이려고? 그건 아닐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당장에 부담 없는 금액에 보장을 원하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듯이 보험상품도  환경에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내가 투입한 돈 대비 얼마나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만큼 오히려 지금 합리적인 보험료로 이런 보장을 10년, 20년 유지한다면 그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무조건 불만만 가지지 말고 관점을 바꿔보자.

이제 고객의 물음에 답할 준비를 하자. 고객이  “갱신형은 보험료가 올라서 나쁜 거 아니에요?” 물을 수 있다. 고객이 이런 부정적인 질문을 했을 때 바로,

“아니에요”라고 말하지 말자. 부정은 긍정으로 받아 줄 것.

“맞습니다. 고객님 잘 알고 계시네요.”

“나중에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에 따라서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대출받으실 때 이자를 고정형으로 할 거냐 변동형으로 할 것이냐 물어보시죠? 같은 개념입니다. 고정형과 변동형 누가 이자가 더 싸죠? 네 맞습니다. 변동형입니다. 갱신형도 변동형입니다. 보험료가 오른다고 해도 그때 가입하는 비갱신형보다는 저렴할 겁니다. 고객님은 나중에 내 인생이 이런 올라간 보험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더 힘든 삶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으시죠? 오히려 인생은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더 나아질 거야 기대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때 가서 더 좋은 치료 방법, 신약이 나온다면 그에 맞게 보장을 추가하며 갱신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이렇게 이야기해보자.

팬데믹 시기는 전쟁과 같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상품이든 영업이든 평범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회사도 이를 알고 여러분을 위해서 더 좋은 상품을 기획했을 것이다. 어렵다는 시기에 그나마 없는 살림 쪼개고 쪼개서 보장을 마련하는 거라면 이왕이면 부담이 안 되는 선에서 준비해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합리적인 보험료로 든든한 보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갱신형 상품이 나온 것이 아닐까?

내가 판매하는 상품에 내가 자신이 없다면 절대 고객에게 제안할 수 없다, ‘상품이 이래서 자신이 없다.’ ‘고객이 갱신형을 싫어한다.’ 이러면서 피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생각을 바꿔서 고객의 그런 고정관념을 깨어 주 것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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