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배우 손수현과 개성 강한 표현력을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 신승은. 두 여성 창작자가 번갈아 쓴 비거니즘 에세이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혼자가 힘들면 같이는 어떤가요? 손을 내밀어 주는 두 여성의 비건 일기. 독자적인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배우 손수현과 개성 강한 표현력을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 신승은. 두 여성 창작자가 번갈아 쓴 비거니즘 에세이.

두 사람은 다세대 주택의 위아래 층에 모여 살면서 자주 밥을 나누어 먹는 친구 사이다. 30대 여성, 영화감독, 프리랜서, 그리고 비건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밀어 준 〈보이지 않는 손〉 덕분에 단계적 채식을 거쳐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시금 손을 내미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애초의 계획은 친근한 비건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봄나물, 두부구이, 김밥, 감자볶음, 잡채, 수제비, 겉절이 등 맛깔난 일상 레시피가 펼쳐지는 가운데 비건으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고찰은 여성이자 인간 동물, 프리랜서 창작자로 살아가는 일로 넓어지고 깊어졌다. 단계적 채식을 시작으로 비건을 지향하기까지 6년에 걸친 두 사람의 삶과 고민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 본다.

저자 손수현·신승은의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지속 가능을 위한 비거니즘 에세이(열린책들, 2022.03.05.)》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럼 단백질은 어떻게 해요?」

비건 지향임을 밝히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두부요, 두부. 낡은 벽 같은 두부가 대답이 되어 준다. 물론 그래도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를 이어 가는 분들도 있지만, 어차피 그분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듣기만 하면 된다. 나는 약간 느끼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끄덕거리기만 한다. --- p.29

들깨 잎사귀가 깻잎이라는 사실을 아셨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너무 충격적이어서 세상의 모든 잎사귀를 의심해 봐야 했다. 두부는 콩이었고, 떡은 쌀이었고, 들깨는 깻잎과 한 몸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식자재는 아이 같다. 뭐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본연의 질감을 가득 지녔기에 가질 수 있는 순진무구함이 그러하다. --- p.36

트러플은 멧돼지를 착취해서 얻는구나. 그래, 꿀은 벌을 착취하지. 팜유를 얻기 위해 숲을 제거해서 멸종 위기 동물들이 사라졌구나.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마음속에서 반사적으로 〈그럼 뭐 먹고 살아〉가 튀어나왔다. 사람답지, 참 사람답고도 인간적이다. --- p.130

여기서 정치란 〈야, 누구 뽑았어?〉 하면 〈쉿! 비밀 투표의 원리〉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내가 어제 공연을 했는데 해촉 증명서를 쓰지 않으면 그 일회성 공연이 매달 소득으로 잡혀서 건강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것이다. 이 나라에서 소득을 측정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프리랜서에게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 p.142

〈비건이랑 착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하지 않아서 대화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고, 〈여자도 범죄 저지르잖아요〉라는 말에 〈네, 그러기도 하죠〉 해서 내 목구멍에 피날 일을 예방했다. 불편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치사한 마음이 기울어진 세상을 유지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자리에서보다 다른 자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실천하자는 식으로 유예하게 된다. --- p.156~157

그래서 관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유의 다정함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꺼내려 준비하는 상대방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함부로 판단하거나 결론짓지 않는 마음가짐이 된다. --- p.161

에이, 맥주나 와인은 다 비건 아닌가요? 나도 처음에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근데 부유물을 거르는 과정에 생선 부레가 사용될 줄이야. 부레라면 공기 주머니? 단지 침전물을 거르기 위하여 바닷물이 아닌 술 위에 둥둥 떠 있게 된 누군가의 공기 주머니를 떠올리면 내 숨이 차오른다. --- p.168

[사진출처=열린책들]
[사진출처=열린책들]

<손수현 배우 프로필 / 작품활동>

저자 손수현은 1988년(만 나이 34세) 태어났으며,  연기를 하고 간간이 글을 쓴다. 2013년에 데뷔해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2017년 단계적 채식을 시작으로 현재 비건을 지향한다. 고양이 셋과 주변의 개, 여러 인간 들과 어울리며 잘 살기 위해 고민한다.

<신승은 가수 프로필 / 작품활동>

저자 신승은은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마더 인 로」, 「프론트맨」 등의 영화를 연출했고, 정규 앨범 「넌 별로 날 안 좋아해」, 「사랑의 경로」, EP 「인간관계」 등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비건을 지향했으며 농담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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