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직장인 A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거금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A씨는 종적을 감춘 상대방의 행방을 찾는데 몇 년 동안 신경을 쏟았고 결국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는커녕 마음의 병(흔히 ‘화병’이라고도 함)으로 건강까지 잃었다.

올해로 대학을 졸업한지 7년째 접어드는 B씨는 아직도 사법고시 준비 중이다. 매년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지만 그는 이제 이렇다 할 다른 것을 할 자신감마저 사라졌다. 오늘도 그는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비교적 미모인 C양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정작 결혼을 생각하는 절실한 애인이 없다. C양은 한 남자를 만나면서 이전의 남자와의 관계를 깨끗하게 청산하지 못하는 편이다. 헤어지지도 제대로 사귀지도 못하는 성향 때문에 그녀는 서른을 훌쩍 넘기도록 솔로 아닌 솔로 보내고 있다.

위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스스로 포기를 하지 못함이다. A씨는 돈에 대한 포기를, B씨는 일에 대한 포기를, C양은 사랑에 대한 포기를 못하여 A는 건강을 잃고 B는 시간을 잃고 C는 정서를 잃게 된 것이다.

누군가 ‘포기 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라!’, ‘지속적으로 끝까지 될 때까지 하라!’라고 목청을 높인다면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항변하고 싶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고 적절한 포기는 오히려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필자는 역설한다.

내 주변의 골치 아프고, 신경 쓰이고, 망설여지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비우고 내려놓도록 하자. 지금 내가 움켜쥐고 있는 밧줄을 놓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밧줄이라는 답안을 찾을 수 있다. 사실 포기하는 것이 지속하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비움과 내려놓음으로 무장한 포기가 해법이다. 아닌 것은 어차피 가지고 있어봐야 해결 또한 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포기의 수순을 밟도록 하자.

떼인 돈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고 속 시원히 마음을 추스린 사람들, 수년간 죽어도 안되는 고시공부를 포기하고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들, 긴가민가한 인연을 포기하고 다른 좋은 인연을 찾았던 사람들은 아마 지금 행복할 것이다. 진작 포기하지 않아서 행복감을 뒤늦게 찾은 것을 더 아쉬워 할 것이다.

‘무소유’로 유명한 돌아가신 법정스님은 “남 주자니 아깝고, 내가 갖고 있자니 짐이 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뜨뜻미지근한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 ‘아깝다’, ‘언젠간 필요하다’라는 사고도 포기를 지연시키는 기능을 한다. 내려놓고, 버리고,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는 지혜를 발휘하도록 하자.

옷장의 옷은 버릴수록 입을 옷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많이 버린 만큼 다른 옷이 어디 있는지 알기 때문이며 유행에 맞는 새 옷을 사서 입는 즐거움도 생기기 때문이다. 포기 하면 할수록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다. 이제는 비움의 미학과 포기의 예찬이 더 설득의 무게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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