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박지연 칼럼니스트] 스피치 클래스를 운영하다 보면 아이들과 마주하는 일이 많은데, 한 번은 아이들에게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운동을 한 이야기 등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한 아이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전 딱히 한 일이 없는데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틀린 건가요?"

나는 그 아이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좋으니 부모님과 나눈 대화, 함께했던 식사와 같이 소소한 일상을 얘기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해주었다. 침착하게 이야기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질문에 조금 놀랐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였음에도 '정답'을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정답에 민감함은 아이들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오죽하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라는 말이 있을까? 잠자코 있으면 중간 정도 이지만,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할 경우 무식이 탄로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답을, 그리고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은 우리나라에서 제법 일반적인 모습처럼 보인다. 발표수업에서 먼저 손드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심지어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모르는 것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답변에 인색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소극적인 모습이 되어갈 수 있다.

류시화 시인의 시 '달에 관한 명상'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완전해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 너는 너의 안에 언제나 빛날 수 있는 너를 가지고 있다. / … / 달을 보라 / 완전하지 않을 때에도 / 매 순간 빛나는 달을"

완벽하지 않아도, 정답만을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충분히 빛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경제적 영역이 아닌 일상에서조차 손실 회피적(loss aversion /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크게 느끼는 현상)이 될 필요는 없다. 틀리면 어떠한가? 오답을 말한다 해도 항상 손실보다는 이익이 크다. 잠깐의 부끄러움보다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 더 자신 있게 또, 솔직하게 말해보자. 적극적으로 나의 삶에 임해보자. 어느 샌가 달라진 나의 말하기, 성숙해진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연 칼럼니스트는 제이라곰스피치 대표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초빙교수다. ‘커뮤니케이션과 학업능력 및 태도’에 관한 연구로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舊 신문방송학) 석사 졸업하였으며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학교와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기관에서 ‘조화롭게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말하기’ 에 관한 스피치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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