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늦깎이 할머니 작가의 따뜻한 일상과 행복 나눔을 담은 『나의 감사는 늙지 않아(대경북스, 2022)』가 출간됐다.

정연홍 작가는 55세의 나이에 남편을 두고 무작정 집을 나와 독립을 선언했다. 곰팡내 나는 월세방을 얻고 환경미화원 일을 하며 새롭게 삶을 꾸렸다. 엄마의 독립을 이해하면서도 월세 방에서 지내는 엄마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딸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엄마! 여기 곰팡이 냄새가 너무 심한데 그래도 좋아?”

“그럼, 좋지. 천국이 따로 있니? 내 마음이 편한 곳이 천국이지.”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며느리로, 누군가의 엄마로 반평생을 살아왔던 정연홍 작가는 그렇게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했다.

오전 일을 마치고 휴식 시간, 안 되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월급을 받으면 1인당 만 원씩 모아놓은 돈으로 피자도 시켜 먹고 찜닭도 시켜 먹는다. 잠시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누구나 다 마시는 커피 한 잔, 누구나 다 하는 자식 자랑,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 시간, 누구나 원하는 낮잠. 자랑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함이 모여 웃음이 되고 오늘을 꽉 채워 준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시간, 풍족하지 않아도 웃음이 있고 여유가 있다. 나이는 속일 수 없어 피부에 주름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청소하는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는 일은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정연홍 작가의 손길과 발길로 깨끗해질 아파트는 정 작가만의 성역이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이웃들의 미소와 인사가 행복을 더해준다.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특별할 것도 없는 매일매일이지만 감사할 일들이 있다. 그렇게 감사할 일이 생기면 펜을 들어 글을 적는다.

[자료출처=대경북스]
[자료출처=대경북스]

“아침에 눈을 떠 텔레비전을 켠다. 텔레비전 소리를 들으며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같은 위안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학교 다닐 때는 엄마가 싸 주던 도시락을, 이제는 71 세가 된 내가 싸서 학교가 아닌 일터로 간다. 길마다 햇살이 내 친구가 되어 주어 감사하다.”

“건강한 몸이 있으니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그렇게 틈틈이 적은 글들이 모여 노트 두 권이 되었다. 제법 빽빽하게 적혀진 글들을 보니 책으로 엮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글쓰기를 가르치고 초보 작가들을 돕는 백미정 작가를 소개로 알게 되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적은 글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송하면, 백미정 작가는 그 글을 입력하고 날 것 그대로의 언어와 감정에 토닥이며 살을 붙이고, 붙어 있는 두 가지 인생사를 줄 지어 정리해 주었다. 그렇게 책 한 권 분량의 원고가 완성되었고 『나의 감사는 늙지 않아』라는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정연홍 작가는 책을 출간하는 소망을 이루었지만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평생의 꿈을 이루는 일이지만 꿈 역시 수많은 인생의 모양 중에 하나잖는가. 흘러갔던, 흘러가고 있는, 흘러갈 인생에 명확한 점 하나 찍는 일일 뿐이다.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해 도전하는 것, 그래서 가끔 독자들의 희망이 되어 주는 것, 그 과정 속에 상 같은 것이 주어진다면 좋은 일이고. 인생 조금 더 산 마음과 글이 독자들에게 닿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 기쁜 일이기에.

[자료출처=대경북스]
[자료출처=대경북스]

▣ 저자 소개

△ 지은이: 정연홍

대구에서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있다. 꽃 한 송이에 웃음 짓고, 글 쓸 수 있는 인생에 감사하는 삶을 산다.

△ 기획: 백미정

엄마 작가 비전스쿨을 운영하며 글쓰기 강의, 책 쓰기 코칭, 작가 강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커피 한 잔에 교양 한 스푼』 외 8권이 있다.

▣ 책 속으로

“내 팔자에 무슨 책을. 나 역시 팔자타령을 했다. 확실히 늙기는 늙었다. 하지만 71세의 이 나이에 글 쓰고 일을 한다. 제법 찬란한 삶을 살고 있는 할머니다. 새벽에 일어나 정적을 깨기 위해, 더 솔직히 말하자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텔레비전을 켠다. 귀가 아직 가지 않았다. 텔레비전 속 말소리, 음악 소리 다 들린다. 텔레비전을 끄고 글을 쓴다. 손가락도 아직 가지 않았다. 혼자 피식거리며 때로는 눈물 찔끔거리며 노트 여백을 채워간다. ‘잘 하고 있어, 연홍아!’ 셀프 칭찬도 하면서.”(p.3)

“광고지 붙이는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마주쳤다. “괜찮아. 붙여.” 이야기했지만 아르바이트생은 급히 자리를 피했다.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는 건데. 괜찮은데. 그래서 나는 광고지 붙이는 아르바이트생과 마주치게 될 때마다 용기 내어 이야기할 거다. 괜찮아. 붙여!”(p.33)

“얼마 전, 회사에서 탄 상장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에서 일한 지 10년 되었다고 준 상장이다. 금일봉도 들어 있었다. 자랑할 데가 없다. 옳지! 나는 텔레비전 화면 속에 나오는 이름 모를 연예인에게 상장을 펴 보였다. '나 잘했죠? 돈도 받았어요. 직원들 점심 사 줄 거예요.' 나 혼자 웃었다.”(p.88)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