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열심히 살기 싫어

[사진출처=Magnet.m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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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송수연 칼럼니스트] 송 대리는 1주 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 달 전 팀장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그를 지목했다. “올해 우리 팀 성과가 자네의 발표에 달렸네! 열심히 준비해서 고객사를 반드시 설득해야 하네. 자네를 믿네!” 송 대리는 뿌듯했다. 중요 역할이니만큼 자신에게 맡겨주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 분명 그 순간의 송 대리는 열의에 차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당장 발표 준비에 집중하여 파고들어도 모자랄 상황인데 여전히 시작에 머물러있다. 급기야는 여름휴가 비행기 표를 검색하고 할인 쿠폰을 내려받는다. 송 대리 스스로도 작업에 착수하지 않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그러나 여전히 딴짓이다.

송 대리는 게으른 인간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되려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일을 미루며 게으름을 피우지만 의식은 이렇게 소리친다. “어서 발표를 준비해! 누구보다 더 잘 해내야 해!”

송 대리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회피 행동을 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그들에게는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이 더 많다. 얼핏 보면 완벽하게 하려는 사람이니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벽주의자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된다. 말 그대로 ‘주의’를 요한다.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그들은 실수하는 자신을 미워한다. 본인에게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00점 만점의 나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결과물에 냉담하다. 잘하고도 만족스럽지 않다. 타인에게도 냉담하다. 사람들이 인정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오히려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고 만다.

송 대리가 이번 발표를 잘 마무리하고 그가 원하는 삶으로 계속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자신에 대한 연민이 필요하다. 실수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당신은 이미 100% 괜찮은 사람이다. 만일 누군가가 당신의 결과물을 비난해도 스스로만큼은 최선을 다한 자신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대중에게 지금 실력만큼만 선보여야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산을 오르면 언젠가 내려와야 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끝을 구하자. 인생의 목표는 ‘열심히, 잘’에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삶’에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송수연 칼럼니스트는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리더십과코칭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버킷랩의 대표로  조직 내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에게 먼저 자신을 이끌도록 안내하는 안내자로 활동 중이다. 네이버·매일경제 JobN 화제의 인물, 월간에세이 2018 Leader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가벼워져서 돌아올게요』, 『펀 어게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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